이미지 크게보기

남자, 외롭다 / 토머스 조이너 지음, 김재성 옮김 / 황소자리

‘남자의 외로움’을 주목한 이 책의 원제는 ‘론리 앳 더 톱(Lonely at the Top)’. 돈과 지위를 성취한 정상에서 느끼는 외로움이라는 이야기다. 누구나 경험하는 사춘기·청년기의 방황과 적막함이 아니라 경제적·사회적으로 모든 걸 이룬 뒤에 예기치 않게 경험하는 외로움을 뜻한다.

대다수의 남성들이 돈을 모으고 지위를 획득하는 일에 골몰하다가 어느 날 문득 공허한 인생과 마주치는, 정상의 외로움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 젊은 시절 목표하던 돈과 지위를 얻은 뒤 오히려 외로움을 느끼는 남성에게 이 책은 여성처럼 가족이나 지인과의 관계, 친구와의 우정을 지속적으로 의식하며 일궈나가야 한다고 제언한다.

저자는 우울증과 자살 연구, 특히 공적인 삶을 추구해온 남성들의 외로움을 연구해온 심리학자다. 강한 듯하지만 오히려 심리적으로, 또 인간관계에서 공허함을 드러내는 남성의 외로움은 그저 낭만적 감상에 그치지 않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고 지적한다. 여성보다 월등 높은 중장년기의 자살률에서 드러나듯 외로움은 ‘무서운 살인자’라고 경고한다.

사회의 중심에서 여러 면에서 응석받이로 살아온 남성이 오히려 죽음, 질병, 부상 등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처를 더 받기 쉽다. 남성들이 사회적으로 권력과 부를 누리는 반면, 공적 관계 위주로 우정이라든지 사교능력은 퇴화하며 어느 날 문득 주변에 아무도 없는 듯이 내면적으로 허약해질 우려가 크다는 이야기다. 중장년 여성은 배우자가 아니라도 친구들과 유쾌한 관계를 비교적 잘 유지하는 반면, 남성들은 아내 의존도가 강하고 친구와의 사귐도 서투르다.

일만 바라보고 달려가거나, 잘나갔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담에 파묻히는 남성들에게 이 책은 강조한다.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고, 가족을 가까이 하고, 새 친구를 사귀고 유지하도록 시간과 마음을 베풀라”고.

저자는 건강한 인생을 회복하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일상의 사소한 변화를 요구한다. ‘동창이든 전우든 가능하면 자주 얼굴을 마주하라’,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를 보조기구로 삼아 수시로 소통하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라’.

이 책 말미에 제시된 ‘더불어 즐겁게 사는 삶’의 노하우는 즉각 시도가 가능하며 외로운 남성은 물론, 여성들도 유념해볼 만하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