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오로라 공주’에는 욕이 없습니다. 케이블 채널 tvN ‘응답하라 1994(응사)’에는 친근한 욕이 마구 튀어나옵니다. ‘응사’에는 ‘새끼’가 일상어로 자주 쓰이고,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로 범벅이 된 요지경 같은 욕설(?)이 쉴새없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시청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오로라 공주’는 욕을 먹고, ‘응사’는 칭찬을 듣습니다. 이 상반된 반응을 보면 드라마를 어떻게 만들어야 시청자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작은 해답이 보입니다.

요즘 드라마의 보편적 추세가 ‘막장 코드’라는 건 다 알려진 사실입니다. 불륜에 반인륜적 범죄, 느닷없는 임신 등이 툭하면 등장하기 일쑤죠. ‘오로라 공주’의 막장 코드는 방영 전부터 일찌감치 예견됐던 일입니다. 이 드라마의 작가는 이전 드라마에서도 (막장 코드를) 쉴새없이 갖다 쓴 전력으로 이미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오로라 공주’와 ‘응사’의 대비는 그러나 막장의 유무에 있지 않습니다. 시작부터 ‘막장’임을 알고 시청했는데, 그 수순을 밟지 않는 게 더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두 프로그램은 모두 ‘가족’이란 테마에서 출발합니다. ‘오로라 공주’는 부모와 4자녀가 함께 사는 것으로, ‘응사’는 고향과 떨어진 자식의 외로운 발걸음으로 드라마의 문을 엽니다. 그런데 전자는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가족 구성원 한 명씩 계속 줄어 결국 혼자가 되고, 후자는 혼자로 시작해 구성원이 점점 늘어나 대가족 형태를 이룹니다.

‘오로라 공주’는 가족을 꾸리고 사는 일반인에겐 의문의 연속입니다. 어처구니없이 죽는 인물이 여럿인데다, 갑자기 집을 떠나는 구성원도 한둘이 아닙니다. 귀가 따갑도록 악다구니를 쓰고 쏘아붙여도 늘 따뜻한 위무가 녹아 있는 ‘응사’에는 가슴 시린 인간의 애정이 시퍼렇게 살아 있습니다. 어머니가 재혼하는 날, 삐삐 음성 녹음으로 “엄마가 해준 무 김치를 먹고 싶다”고 어렵게 말하는 칠봉이, 장롱 어딘가에 처박아둔 무화과 잼이 실은 고향 어머니가 밤새 애써 만든 땀방울의 흔적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해태, 매일 티격태격 싸워도 새벽 잠을 이기고 아침 밥을 몰래 짓는 쓰레기. 모두 ‘가족이란 이름으로’ 모인 이방인들입니다.

‘오로라 공주’를 보는 동안에는 가족이 해체돼야 할 것 같은 위기감이 엄습하는 반면, ‘응사’는 보는 내내 ‘하숙이라도 저런 가정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불러일으킵니다. 두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왠지 뒤바뀐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오로라 공주’는 케이블 심야 시간에, ‘응사’는 공중파 방송의 퇴근 시간대에 편성돼야 할 것만 같습니다. ‘가족’을 함부로 다루는 일일드라마의 막장 편성은 공중파의 헛된 전파 낭비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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