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 마니아인 서강석 씨가 꼽은 비틀스 최고의 노래는 무엇일까. 또 그가 뽑은 비틀스 3대 명반과 가장 좋아하는 멤버는?

그는 “정답은 없다”고 웃었다. 하지만 굳이 고르라고 한다면, ‘지금 이 시점에선’ 음반 ‘러버 솔(Rubber Soul)’에 수록된 ‘인 마이 라이프(In My Life)’라고 했다. “2, 3년 단위로 선호곡이 바뀌어요. 지금은 이 노래가 불혹의 나이에 잘 맞는 것 같아요. 일생을 반추하면서 새로운 삶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가사가 마음에 들었죠.”

애착이 가는 3대 명반은 ▲리볼버(Revolver·1966) ▲서전트 페퍼스 론리 하츠 클럽 밴드(Sgt. Peppers’s Lonely Hearts Club Band·1967) ▲화이트 앨범(White Album·1968)이다. ‘화이트’는 멤버 각자의 정체성이 확실히 드러나는 음반이어서, ‘리볼버’는 록의 변환기에서 맛보는 실험성과 다양한 장르가 뒤섞인 과도기적 성격이 강해 신선한 기운을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했다. 많은 이들도 망설임 없이 꼽는 ‘서전트…’는 스튜디오에서 할 수 있는 기법들이 집요한 연구를 통해 탄생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비틀스 각자 멤버에 대한 성향과 평가도 잊지 않았다. 폴 매카트니(베이스)에 대해서 그는 ‘낭만주의적 뮤지션의 전형을 벗어난 뮤지션’이라고 정의했다. 극단을 달리는 아티스트들이 영웅시되는 흐름에서 매카트니는 가정에 충실하고 모든 면에서 모범적 태도를 보여줬다는 것. 인도 음악과 사상에 빠진 조지 해리슨(기타)은 ‘철학적 뮤지션’으로 평가했다. 비틀스에서 가장 덜 화제가 된 링고 스타(드럼)에 대해선 “부모의 이혼과 교육을 받지 못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는 데도, 가장 인격적인 태도를 보이며 낙관적 인생 철학을 영위한 뮤지션”이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서 씨가 가장 좋아하는 멤버는 존 레넌이다.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데서 오는 프리미엄도 있지만, 인생 자체가 파란만장하고 흥미롭게 전개됐기 때문. 서 씨는 “록과 정치를 결합한 가장 적극적인 행동주의자이면서 돈키호테 같았던 뮤지션”이라며 “내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목소리를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했다.

서 씨가 비틀스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물 중 하나는 “밴드로서의 성공 기반을 다졌다”는 것이다. 서 씨는 “앨범 위주의 아티스트가 성공에 안착한 것은 비틀스가 선두주자”라며 “음악적 테크닉뿐 아니라, 밴드로서 성공할 수 있는 산업적 기반을 닦았다는 점에서 비틀스의 영향력은 후대에 길이 남을 만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원 = 김고금평 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