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라는 이름은 ‘가래떡을 볶는다’는 조리법을 담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사람들이 흔히 먹는 떡볶이는 볶지 않는다. 떡볶이라는 이름에만 ‘볶이’가 붙었을 뿐이지 냄비에 넣고 끓인다. 조림이나 탕에 가깝다. 이 음식의 이름을 제대로 붙이자면 떡조림이나 떡탕이 될 것이다.

떡조림, 떡탕, 이렇게 이름을 붙이니 가래떡으로 조리하는 또 다른 전통의 음식이 떠오른다. 떡전골이다. 떡전골은 가래떡에 여러 가지 채소와 고기를 넣고 끓이는 탕이다. 설날에 먹는 떡국에 그 계통이 닿아 있는 음식이다. 떡전골의 음식을 한 그릇에 담으면 떡국이다. 예전에는 떡전골을 떡탕이라 하였고 떡국도 떡탕이라 하였다.

떡볶이는, 특히 냄비에 가래떡과 여러 재료를 넣고 끓이는 떡볶이는, 떡국과 함께 ‘가래떡으로 조리하는 탕’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 넣을 수 있다. 가래떡 외의 재료가 단순하고 철판 위에서 조리되는 ‘포장마차 떡볶이’는 떡조림이라 할 수 있는데, ‘가래떡으로 조리되는 탕’의 방계에 넣을 수 있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떡볶이는 그 이름과 달리 ‘볶는 떡볶이’가 아니라 ‘탕이나 조림의 떡볶이’인 것이다.

떡볶이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혼란은 애초 떡볶이라는 이름의 음식이 따로 있었는데 떡전골이나 떡조림의 음식도 이 떡볶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발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애초의 떡볶이는 가래떡에 여러 채소와 고기를 넣고 간장 양념으로 볶는 음식이었다. 설날 상차림에 오르는 음식이다. 이 떡볶이를 요즘에는 궁중떡볶이라 하는데, 특별히 궁중에서 이를 먹었다는 근거는 없다. 설날 가래떡 전통은 유구한 것이니 조선에서 왕가, 양반, 상민 할 것 없이 두루 먹었을 것이다.

6·25전쟁 이후 길거리 음식으로 떡볶이가 등장하였다. 전통의 떡볶이가 간소해진 것이었다. 동그란 번철에 기름을 두르고 간장 양념을 한 가래떡을 볶았다. 시장 입구에 이런 떡볶이 좌판이 제법 있었다. 여기에 어느 순간 고춧가루가 들어가게 되었는데, 매운 떡볶이는 이 좌판의 번철 떡볶이에서 시작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번철 떡볶이는 서울의 전통시장에 일부 그 흔적이 남아 있다. 기름떡볶이라고도 부른다.

신당동 떡볶이는 전형적인 떡전골 또는 떡탕이다. 냄비에 국물이 흥건하게 들어 있으며 채소도 듬뿍 들어가는 것이 고추장전골 맛이다. 이 떡볶이를 찌개 삼아 밥을 먹기도 한다. 안주 삼아 술을 마실 수도 있다. 간식이라기보다는 끼니의 음식이다. 이렇게 조리법에 따라 떡볶이의 계통을 구획하면 이 음식이 앞으로 대중의 기호에 따라 어찌 변형될 것인지 짐작하기가 쉽다.

외국인을 위해 떡볶이를 개발한다면, 그게 꼭 필요한 일인가 싶지만, 이 계통도 위에서 그 방향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떡볶이가 한식 세계화의 주요 아이템으로 거론되고 있다. 서양인들은 진득한 가래떡의 질감을 좋아하지 않아 세계화가 어렵다는 말이 꾸준히 나오고 있으나 그러거나 말거나 가래떡으로 이런저런 새로운 조리법을 선보이는 요리사들도 꾸준하다. 파스타 조리법을 흉내 낸 정도의 떡볶이일 뿐이지만 말이다. 한 스타 요리사는 “떡볶이도 송로버섯과 고급 한우를 넣으면 10만 원에 판매할 수도 있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하였다. 떡에 금가루 박고 100년근 산삼을 웃기로 올리고 하면 100만 원짜리인들 못 만들겠는가.

떡은 쌀 문화권인 아시아 민족에게 매우 친숙한 소재다. 아시아의 길거리 음식으로 다양한 떡 음식이 존재한다. 이미 제각각으로 떡 음식을 소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시아 여러 나라의 떡 음식이 국경을 넘어 세계화되는 예는 별로 없다. 일본의 그 유명한 ‘모찌’조차 그렇다. 문화장벽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우리 떡볶이라고 특별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