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범죄에 대해 쉬쉬하는 사회 분위기와 솜방망이 처벌 탓에 최근 5년간 고용주나 직장 상사 등에 의한 강간·강제추행 등 성범죄가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고용주에 의해 발생한 직장 내 성범죄 건수는 204건에 달해 지난 2008년의 98건에 비해 2.1배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직장 동료 간에 발생한 성범죄 건수 역시 221건에서 358건으로 1.6배 증가했다.

직장 동료 간에 발생한 성범죄는 가해자가 상사, 피해자가 부하직원인 경우가 대다수인 것으로 조사됐으며 성범죄 발생 장소로는 회식자리나 출장길, 회사 통근버스 등 다양했다.

일반적인 성범죄에 비해 직장 내 성범죄 피해는 반복되는 사례가 많고 수위 또한 차츰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피해자 대다수는 업무 등 관계에서 상사와 껄끄러워지거나 도리어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피해 사실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상대가 회사 내에 견제할 대상이 없는 고용주인 경우에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대다수 기업은 물론 정부부처나 산하 기관에서조차 직장 내 성범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어 관련 범죄 증가를 부추기는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실례로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이현재(새누리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와 산하 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 2009년과 2011년 상습적으로 사우나 등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소속 공무원에 대해 피해자인 14세 미성년자의 처벌 불원 의사표시로 불기소 처분됐다며 주의·경고 조치만 취하는 등 직원들이 저지른 6건의 범죄에 대해 모두 법적 징계 처분을 하지 않았다.

한국전력공사 역시 성폭행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직원에게 정직 6개월, 미성년자 성매매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직원에게 견책 등 가벼운 처벌에 그쳤다.

서울 지역의 한 변호사는 “성범죄를 저지른 고용주나 직장 상사는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 반면 피해자들은 대부분 회사를 그만두는 등 오히려 큰 피해를 입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