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중음악계에 불고 있는 대표적 표절 시비의 당사자가 아이유와 프라이머리입니다. 아이유는 새 음반 타이틀곡 ‘분홍신’이 넥타(Nekta)의 ‘히어스 어스(Here’s us)’와, 프라이머리는 MBC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에서 박명수와 함께 결성한 팀 거머리의 ‘아가씨(I Got C)’가 카로 에메랄드의 ‘리퀴드 런치(Liquid Lunch)’와 각각 비슷하다는 표절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두 곡 모두 스윙(swing)이라는 재즈 장르의 유사성에서 시비를 걸고 있습니다. 스윙이라는 리듬이 정박이 아닌 변박이 중심인 데다, 독특한 리듬이 주는 흥겨움의 스타일이 대개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표절 시비’의 법적 잣대는 대개 리듬에 있지 않고 멜로디에 있습니다. 특히 후크(hook·핵심 멜로디)에 있기 때문에 대중이 들었을 때, 자꾸 되뇌는 특정 멜로디가 원곡을 떠올린다면 ‘표절’의 효력은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곡은 모두 원곡의 리듬과 유사성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멜로디는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아이유의 곡이 원곡의 첫 도입과 리듬이 유사하지만, 멜로디 전개 방식은 완전히 다릅니다. ‘히어스 어스’가 원 패턴 멜로디로 계속 반복되는 반면, ‘분홍신’은 멜로디가 기승전결로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멜로디 유사성이라는 점만 고려하면, 두 곡은 다른 곡이 되는 셈이죠.

반면 ‘아가씨’는 가장 핵심적인 멜로디 부분(4마디 기준)에서 원곡과 매우 유사한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후크가 비슷하다보니 ‘아가씨’를 듣고 바로 ‘리퀴드 런치’를 떠올릴 수 있는 건 멜로디 때문입니다. 프라이머리는 ‘장르적 유사성’으로 인한 해프닝, 악기 사용의 유사성 등을 해명의 이유로 내세웠지만, 시비가 제기되는 것은 장르나 악기 사용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적으로 유사한 멜로디의 반복성에서 오는 원곡의 기청감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대 ‘표절 시비’는 멜로디에만 국한하지 않습니다. 때론 분위기나 사운드 패턴의 유사성으로 발목을 잡히기도 합니다. 두 곡은 그런 면에서 ‘위험한’ 경계 수준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겠죠.

‘표절 의혹’은 전문가나 평단의 소견으로 해결되는 사안이 아닙니다. 오로지 작곡가인 저작권자의 판단에 따를 뿐입니다. 외국 곡의 저작권을 대행하는 국내 퍼블리싱 업체들은 그러나 네티즌의 거센 여론에 부딪히지 않으면 쉽게 분쟁에 나서지도 못합니다.

외국 저작권자의 소재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고, 변호사를 선임해서 쓰는 비용(5000만 원)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외국 곡의 ‘표절 시비’는 논쟁만 있을 뿐, 해결은 거의 불가능한 물거품이 되기 일쑤입니다. 그런 점이 ‘표절 의혹’곡을 양산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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