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벼락치기식 부실 국정감사로는 그 기능을 제대로 살릴 수 없다며, 상시국감 도입 논의에 앞서 국회 차원에서의 전문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또 고성과 호통만 난무하는 국감을 막기 위해서는 막말 의원의 면책특권을 제한하고, 향후 낙선운동을 벌이는 등 특단의 조치도 병행돼야 한다고 고강도 처방을 내놨다.

이정희(정치외교학) 한국외대 교수는 4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의원이 피감기관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다 보니 국감이 정치 공방에 매몰되고 정작 중요한 행정부 견제와 민생은 외면당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국감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라도 의원 및 보좌관의 전문성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율(정치학) 명지대 교수도 “국회가 피감기관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 보니 괜한 막말로 증인들을 아연실색하게 하는 ‘호통 국감’으로 국감이 변질되고 있다”며 “지금처럼 보좌관을 의원 개인 소속으로 하지 말고 상임위 소속으로 하되 그 숫자를 늘려서 의원들이 필요할 때 이들의 전문성을 빌리는 식으로 보좌관제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형준(인문교양학부) 명지대 교수도 “국회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와 의원실이 긴밀한 협력 속에 의원의 전문성을 높여 나가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감은 졸속·비효율·정치공세로 매년 도마에 오르면서 그동안 줄곧 제도 개선 요구가 제기돼 왔다. 특히 올해는 역대 최대 피감기관과 최대 기업인 증인 채택 등으로 ‘부실 국감’ 오명을 쓰면서 국감 개혁의 필요성이 정치권 안팎에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신 교수는 이번 국감에 대해 “3주일 동안 무려 600여 개나 되는 피감기관을 감사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말이 안 됐다”고 몰아치기식 국감을 비판했으며, 김 교수도 “행정부를 감시하라고 국감 권한을 줬더니 국회가 ‘기업 길들이기’ 국감을 하는 등 국감의 기본 취지조차 망각했다”고 혹평했다.

전문가들은 ‘국감 정상화’를 위한 대안으로 국감에서의 면책특권 제한, 국회 윤리특위 강화 등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일부 의원의 인신공격성 발언이나 묻지마식 폭로와 같은 국감의 격, 나라의 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는 의원의 면책특권 범위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이런 저질 국감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시민사회단체가 의원들의 국감 활동을 보다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국감 결과를 가지고 향후 낙선운동까지 연계시키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일훈 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