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외정책·전략 최고 조정기구인 ‘공산당 중앙외사영도소조(외사영도소조)’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급으로 확대 개편하기로 사실상 결정하면서 동북아에서의 외교안보 전략경쟁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조직 경쟁도 더욱 뜨거워지게 됐다. 한·중·일 3국이 과거사·영토분쟁 등으로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이어 중·일도 외교전략 기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다.

중국의 이번 외사영도소조 확대 개편 결정은 지난 24∼25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주변외교공작좌담회’ 개최와도 맞물려 있다. 미국의 대중(對中) 봉쇄·견제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중국도 ‘주변국 외교’를 강조하면서 공세적인 대외전략 짜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외사영도소조 기능 확대 역시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정점으로 외사영도소조·국가안보영도소조·대만공작영도소조 등으로 3분화된 상태에서는 복잡한 정세에서 효율적 대응이 어렵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외사영도소조에 가장 핵심적인 해양·국경분쟁 기능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은 셈이다. ‘시진핑 체제’가 창설을 시도했던 ‘국가안전위원회’가 내부적 반대에 부닥치면서 사실상 어려워지게 된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경화’를 주도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국가안전보장회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이번 중국의 외사영도소조 확대 개편의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중·일 간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분쟁 수위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적 충돌에 대비한 효율적 의사결정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국가해양국과 외교부의 해양·국경분쟁 담당자 수십여 명을 외사영도소조 판공실에 배치한 이유다. 국경분쟁에는 북·중 간 국경선도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역시 관련돼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 간에는 이어도 문제나 배타적경제수역(EEZ) 설정 문제 등 해양분쟁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중국 대외정책결정 환경 변경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흥규(정치외교학) 성신여대 교수는 “지금 일본·중국이 NSC를 창설하거나 기존 기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외교안보전략 기능을 강화하고 있는데, 한국도 이번 기회에 관련 기능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