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세력이 내년 황우여 대표를 대신할 ‘포스트 황’체제를 두고 분화 조짐을 보이며 소리 없는 전쟁에 돌입하고 있다. 특히 원조 친박으로 불리는 ‘원박’ 세력 내부에서도 균열이 가시화되고 있어 박근혜정부의 집권 2년 차를 맞는 내년에 친박의 분화가 절정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친박, 탈박, 복박, 원박 등 친박을 표현하는 기존의 개념 규정이 무너지고, 주류 친박과 비주류 친박으로 급속히 세력 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서청원 전 대표의 등장은 이 같은 친박 분화에 기름을 붓고 있다. 서 전 대표는 직접 차기 대표로 나서지 않더라도 청와대의 지원아래 주류 친박의 구심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최경환 원내대표가 서 전 대표의 공천에 적극적이었고, 홍문종 사무총장까지 가세해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중립지대에 놓여있던 황우여 대표도 서 전 대표와 연합할 의지를 드러내면서 주류 친박 세력이 급속히 확장되고 있다. ‘서청원·황우여·최경환·홍문종’으로 이어지는 주류 친박 4인방이 형성되면서 내년도 당권과 국회 권력(국회의장)의 동시 장악을 겨냥하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주말 서 전 대표를 지원하기 위해 화성의 교회에서 주말예배를 볼 정도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서 전 대표의 공천을 계기로 청와대와의 교감도 확대하면서 입지를 확장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황 대표와 최 원내대표 간의 갈등도 거의 사라졌다.

반면 원박 가운데 최대 구심이었던 유승민 의원은 최근 박근혜정부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이며 독자 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다. 유 의원은 14일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논의와 관련,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군통수권자(대통령)가 뒤에 숨어있는 모습은 별로 안좋다”고도 말했다. 유 의원은 1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선 공약에 전작권 재연기는 한 번도 없었다”면서 “공약을 바꾸는 것인데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설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초연금 사태에 준하는 문제로 보고 있는 셈이다. 그는 최근 박근혜정부가 중시하는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구상에 대해서도 “아직 굉장히 황당한 단계에 있다”면서 비판적 입장을 표시했다.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여온 유 의원이 소신 행보를 강화하면서 비주류 친박이 세력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유 의원은 과거 박 대통령에게 “김무성을 왜 안받아주나”며 김 의원의 친박 복귀에 정성을 쏟았다. 차기 당권의 대세몰이를 해온 김 의원과 유 의원이 결합하면 폭발성은 배가된다. 김 의원은 14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여권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 중에서도 10.6%로 1위를 차지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여기에 기초연금에 관한 대선 공약 후퇴를 비판하며 장관직을 탈퇴한 진영 의원도 자연스럽게 이 그룹과 함께할 전망이다. 이혜훈 최고위원도 포함된다. 새누리당에서 ‘김무성·유승민·진영’의 비주류 친박 연대가 가시화된다면, 주류 친박과의 세대결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천영식 기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