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통합진보당을 상대로 헌정사상 처음으로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키로 한 데 대해 법조계는 “그럴 때가 됐다”며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통진당 해산심판청구를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법무부의 직무유기”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법조계의 한 중견 변호사는 15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진보도 좋고, 보수도 좋지만 반국가단체인 북한이 저렇게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느 쪽이든 북측과 잘못 연결된 고리를 끊어내고 서로 건강하게 경쟁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며 “따라서 해산심판청구 자체를 통진당에 대한 ‘탄압’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현 상황에서는 맞지 않는 주장이며 통진당에 대한 중간점검 없이는 상식적인 진보 또한 앞으로 더욱 설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판단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종북세력이나 폭력적인 좌파세력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임에도 역사교과서 문제 등에서 보여졌듯이 우리 사회의 제도교육 및 사회교육은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된 이념 및 체제 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통진당 해산 문제는 법무부의 청구를 통해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토론 형태로 공론화돼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과거 노무현정부 당시 행정수도 이전이나 대통령 탄핵 등의 문제도 그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가 심각한 갈등이나 결정적 균열 없이 수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판 청구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좌파의 전형적인 독선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원 고위 관계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사상이나 이념 문제 등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더 열린 논의가 필요한데 결과와는 상관없이 해산심판청구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이 같은 열린 토론을 막는 더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며 “종북세력이나 그릇된 좌파들의 근거 없는 도덕적 우월주의나 독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사회의 다양성과 사상 및 이념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지만 제도정치권이 용인할 수 있는 한계에 대한 명시적인 헌법적 판단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변호사회 회장을 역임한 하창우 변호사는 “해산심판청구가 조속히 이뤄지고 그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 나와야 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하는 정당 활동의 기준이 확립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현미 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