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의 방한(9월 29일∼10월 2일) 당시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의 핵심 무기 도입을 사실상 결정한 것으로 15일 전해졌다.(문화일보 9월 30일자 1·9면 참조)

이 과정에서 정부가 희망하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재연기 문제가 집중 거론된 것으로 알려져, 한·미 간에 ‘MD 편입’과 ‘전작권 재연기’를 놓고 빅딜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헤이글 장관은 방한 기간 중인 지난 2일 김관진 국방장관과의 회담과 제45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통해 한국의 미 MD 체계로의 편입 및 전작권 재연기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9월 30일 헤이글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도 한·미동맹과 동북아 정세에 대해 깊은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국방부는 기존의 패트리엇 미사일(PAC-3) 개량 등을 통한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만으론 북핵 위협에 대처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내부적으로는 미 MD의 핵심축인 중·고고도방어(THAAD)체계의 도입을 적극 검토해왔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이지스함 탑재 고고도 요격미사일인 SM-3의 도입은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김 장관도 1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답변을 통해 “다층 방어를 위한 수단을 연구하고 대응할 것이며 L-SAM(장거리)·M-SAM(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 외에 다른 것도 검토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 MD 체계로의 편입을 처음으로 공식화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시 하층 방어망을 중심으로 한 KAMD에서 나아가 KAMD와 미 MD와의 기능적 연계성 강화는 물론 향후 미국 주도의 중층·상층 방어망 구축에도 적극 나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김 장관의 발언은 국방부 핵심관계자가 보름 전 문화일보 보도에 대해 “KAMD와 미 MD는 분명히 다른 것이며 정부는 이에 편입할 계획이 없다”고 부인한 뒤 입장을 급선회한 것이어서 향후 ‘미 MD 편입과 전작권 전환 재연기의 빅딜’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의 MD 참여에 대해 중국이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고, 한·미·일 중심의 3각 안보체제가 재편기를 맞고 있는 시점과 맞물려 동북아 정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협 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