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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과 전형 방법 등 대학입학제도가 또 바뀌었다. 지난 24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5학년도 및 2016학년도 대입제도 확정안’은 그동안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전형을 간소화하고, 학생들의 학업 부담과 사교육비를 경감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담았다. 하지만 2014학년도 수능에서 처음 도입된 선택형 수능이 시행 1년 만에 폐지되는 등 대입 제도가 너무 자주 바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대입제도가 시행 1년 만에 폐지되는 것은 1994학년도의 수능 연2회 실시제와 2008학년도의 완전등급제에 이어 세 번째다. 새 대입제도의 주요 변화와 수험생들에 미칠 영향, 문제점 등 학생과 학부모들의 궁금증을 다각적으로 짚어본다.

1. 주요 개선 내용은

이번 2015학년도 대입전형 확정안은 수시모집에서 수능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대학별고사를 지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수시 모집에서 과도하게 높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없어지고, 수능 성적 우수자를 먼저 가려내 정시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받았던 우선선발 방식도 금지된다. 전형 간소화를 위해 수시와 정시의 전형방법은 총 6개로 제한된다.

대학별 논술고사를 축소하기 위해 논술을 시행하지 않는 대학에는 공교육정상화 기여대학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재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적성고사와 교과 중심의 문제풀이식 면접고사도 지양하도록 했다. 여기에 정시모집에서의 분할 모집도 폐지된다. 기존에는 많은 학과들이 동일 학과 내에서 가·나·다 등 ‘군’ 구분에 따라 분할 모집을 실시해왔다. 또 기존에 수시모집에서 분리됐던 원서접수 기간을 통합해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원서 접수 시스템 역시 정부 통합시스템을 개발해 한 번 접수로 여러 대학에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2. 선택형 수능 어떻게 되나

2014학년도 수능에서 처음 도입된 선택형 수능은 수험생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에 따라 사실상 폐지된다. 선택형 수능은 영어·수학·국어 과목을 수준별로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던 것이다. 2015학년도 및 2016학년도 수능에서 국어와 수학 과목의 선택형 시험은 유지되지만 가장 문제로 지목됐던 영어 과목의 선택형 시험이 폐지된다. 또 2017학년도에는 선택형 수능이 아예 폐지된다.

국어·수학의 경우 문·이과에 따라 A·B형 선택이 비교적 명확히 갈렸다. 그러나 영어의 경우 A·B형 선택 학생수의 변화에 따라 점수 예측이 곤란하고, 그 결과가 대입에 큰 영향을 미쳐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는다는 비판이 많았다. 영어 과목을 통합형으로 전환함에 따라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듣기 평가 문항을 기존 22문항에서 17문항으로 줄이고 대신 독해 문항을 23문항에서 28문항으로 늘렸다.

3. 전형 간소화

현재 대학의 평균 전형 수는 수시 5.2개, 정시 2.6개이지만 서울 주요 대학이나 지방의 국립대는 수시 9개, 정시 7개에 달한다. 하지만 2015학년도부터는 대학별 전형 수를 수시 4개, 정시 2개 이내로 축소해야 한다. 전형요소나 반영비율이 달라지면 별개 전형방법으로 간주된다. 예를 들어 ‘학생부 70％, 수능 30％’와 ‘학생부 80％, 수능 20％’의 전형은 학생부와 수능이라는 같은 요소로 돼 있으나 반영비율이 다르므로 2개의 전형방법으로 계산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2014학년도 전국 215개 대학의 모집전형의 수가 수시·정시를 합쳐 2800여 개에 달하는 등 전형이 복잡해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다만 정원 내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과 예체능계열 대학 및 사범대의 전형은 전체 전형 수 계산에서 제외한다.

4. 수시 준비는 어떻게

이번 대입제도 확정안에서는 수시모집 전형의 변화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우선 수시모집에서 수능 성적 반영을 축소할 수 있도록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백분위 사용을 지양하고, 등급만 적용하도록 했다. 또 과도하게 높게 설정된 등급은 완화하도록 권장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대학에는 대학 재정지원 사업에서 불이익을 줄 예정이다. 수능점수가 우수한 학생을 미리 뽑는 우선선발 방식도 금지된다. 이로 인해 이화여대 학교생활우수자 전형, 중앙대 수학능력우수자 전형 등 사실상 수능이 절대적인 영향을 줬던 수시 모집 방식이 사라질 전망이다.

또 논술고사 역시 축소하도록 하고, 논술고사를 실시하지 않는 대학에는 재정지원 사업에서 가산점을 준다. 논술을 시행하는 경우에도 고등학교 교육과정 수준에서 출제하도록 하고, 시험 직후 문제를 공개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수시에서 학생부 내신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5. 적성고사·면접전형

각 대학별 특성에 따라 실시됐던 적성고사를 가급적 시행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교과 중심의 문제풀이식 평가가 많았던 면접도 학생부를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이 역시 대학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해 대학의 실천을 유도한다.

그러나 현재 28개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적성고사의 경우 대체할 전형이 없어 단기간에 폐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의 김희동 소장은 “적성고사는 내신 3등급 후반에서 5등급 사이의 수험생들이 중하위권 대학에 지원하기 위해 주로 활용하는 전형”이라고 말했다.

또 면접전형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학생을 수시에서 선발하는 카이스트, 포항공대와 서울대 자연계열 등이 면접을 통해 수험생의 수학·과학 역량을 평가해왔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개선책이 요구되고 있다. 타임교육 대입연구소의 최성수 소장은 “이 대학들의 이공계열 면접은 나름 잘 발전돼있었는데, 이를 막아 수시 모집이 축소되는 것이 과연 적합한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6. 입학사정관제 사라지나

대입전형간소화에 따라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됐던 입학사정관제는 명칭이 바뀌어 그대로 유지된다. 지난 8월 발표된 대입전형간소화 방안에서 입학사정관제 명칭이 삭제되면서, 입학사정관제가 유명무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일었다. 그러나 2015학년도 및 2016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는 학생부 종합 전형이라는 명칭으로 변경돼 유지된다. 학생부 전형을 ‘교과’와 ‘종합’으로 구분해 학생부 종합 유형을 기존의 입학사정관제 유형으로 하도록 했다. 수시 모집에서 논술과 수능 성적 반영을 최소화하도록 했기 때문에 학생부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고, 교과 성적 외의 비교과 부분도 두루 평가하는 학생부 종합 전형의 중요성 또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7. 특기자 전형은 어떻게

‘스펙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특기자전형의 경우 모집단위별로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해 모집 규모를 축소하도록 유도한다. 심민철 교육부 대입제도과장은 “어학성적은 어문계열에서만 반영하도록 하는 등 학과와의 관련성이나 모집단위 별 특성을 고려해 제한적으로 운영하라는 의미”라며 “시행 실태를 공교육정상화기여대학 지원사업의 평가지표에 반영해 대학들이 모집규모를 자발적으로 줄이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가 내세우는 ‘불가피한 사유’라는 잣대가 모호하다. 또 아직 예산 규모도 나오지 않은 공교육정상화기여대학 지원 사업이 대학들에게 당근책으로 통할 지도 불투명하다. 이미 많은 학생들이 기존 전형에 맞춰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번에 제한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8. 대학들의 반응

이 같은 대입전형 변화로 인해 대학들이 수시모집 정원을 크게 줄이고, 대신 정시모집 정원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상위권 대학 중심으로 실시하던 우선선발과 논술고사를 지양하도록 하고, 수시에 수능 성적을 반영하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상위권 대학들의 정시 선호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2013학년도 대입에서는 전체 모집 정원의 66% 이상을 수시에서 모집하지만 2015학년도 대입에서는 그 수치가 40∼50%까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의 한 4년제 대학 입학처장은 “학교 간 성적이 큰 차이가 나는 등 학생부의 기준이 단일화되어있지 않아 학생부에 대한 대학들의 불신이 크다”면서 “학생부 외의 평가 기준들을 약화시킨 이번 대입제도 확정안 때문에 대학들이 정시를 더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9. 사교육 줄일 수 있을까

이번 대입전형 확정안은 수험생의 학습 부담 감소와 사교육비 경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강제성이 없는 데다 수능 중심의 정시 비중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돼 사교육 시장이 오히려 성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논술이 쉬워져도 다른 전형이 약화된 상황에서 논술 경쟁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이 때문에 학부모 단체들은 논술 사교육은 유지되고, 수능 준비를 위한 사교육이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24일 논평을 통해 “대학별 논술, 적성고사의 폐지를 대학 자율에 맡겨서는 사교육 경감의 실효성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10. 향후 입시 주요일정

수능 시험일은 현재보다 1주일 늦춘 11월 둘째주 목요일로 정해졌다. 2015학년도 수능 시험일은 2014년 11월 13일이다.

학생 및 학부모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시 원서접수 시기도 분리하지 않고 통합한다. 이에 따라 2015학년도 수시모집 원서 접수는 2014년 9월 6일부터 18일 중 4일 이상을 선택하게 된다. 또 정시모집 원서접수 기간은 2014년 12월 19일부터 24일 사이에 4일 이상 실시하며, 추가모집 기간은 2015년 2월 16일부터 2월 23일까지다.

2015학년도의 대입전형 마감 일정도 2014학년도보다 이틀 앞당긴 2월 25일로 조정됐다. 대학 입시가 2월 말까지 진행될 경우, 2월 말에 충원합격 통보를 받는 학생은 오리엔테이션이나 합격대학의 학사일정 등에 대한 정보 없이 입학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강우·유현진 기자 hanga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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