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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학교, 집, 학원이라는 강철의 삼각형에 갇혀 헤어나기 힘들잖아요. 도전하고 꿈꿔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죠. 실제로 나가 자기 몸을 부딪혀 겪는 게 좋지만 그럴 수 없다면 책을 통해서라도 경계 너머를 꿈꾸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모험정신 같아요.”

‘기찻길 옆 동네’ ‘주먹곰을 지켜라’ ‘불량 자전거 여행’ 등을 통해 묵직한 주제를 빠르게 읽히는 탄탄한 이야기에 풀어내온 동화작가 김남중(41) 씨가 17세기 대항해 시대, 바닷길을 통해 세계 밖으로 나간 열세 살 소년 해풍이의 모험을 풀어낸 역사팩션 ‘나는 바람이다’(비룡소)를 출간했다. 이번에 1부(1·2권)를 내놓은 그는 24일 출간기념회에서 ‘나는 바람이다’의 키워드를 ‘모험’이라고 설명했다.

여수 바닷가 작은 마을에 사는 해풍이. 아버지는 바다에서 실종되고, 누나는 늙은 김 씨에서 팔려가야 하는 곤궁한 일상 속에서 해풍이는 동네에 사는 하멜 일행과 친해진다. 어느 날 그들이 솜장사를 떠난다고 하자, 해풍이는 장사를 배우겠다며 몰래 배에 오르는데 이 배는 조선을 탈출해 일본 나가사키(長崎)로 향하는 배였다. 하지만 항해 도중 해풍이는 하멜 일행과 떨어져 히라도(平戶) 남쪽, 조선인 도예촌으로 가게 된다.

“원래 13년간 조선에 억류돼 살다 나가사키로 탈출한 하멜에 관심을 가졌다”는 그는 “그러다 만약 한 조선 아이가 하멜과 함께 조선을 떠났다면, 주변 10리도 벗어나지 못했던 아이가 일본을 보고 더 멀리 유럽까지 갔다면 어땠을까 상상하다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작품을 위해 김 작가는 국내 최대 범선인 코리아나호를 타고 나가사키로 건너가 직접 현장 취재를 했다. 그는 “당초 1부에 이어 해풍이가 자카르타에서 벌이는 모험(2부), 희망봉을 거쳐 유럽까지 가는 이야기(3부)까지 총 3부작을 기획했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해풍이가 유럽에서 북미까지 가는 이야기(4부)까지 쓰고 싶어졌다”며 매년 1부씩, 총 4부작으로 내놓겠다고 말했다. 그는 해풍이의 성장담을 중심으로 17세기 세계 풍광, 당시 사건과 문화도 촘촘하게 풀어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까지 자신이 쓴 동화의 주제를 역사, 보통사람, 자연으로 꼽았다. 그러고 보면 이번 작품은 역사팩션이라는 새로운 장르이긴 하지만 그가 이제까지 탐색해온 주제들을 총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여수 바닷가의 평범한 소년은 위대한 자연인 바다를 통해 세상으로 나가, 17세기 그 역사를 보며 성장해 나가기 때문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