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에서 오염수 유출이 지하수 오염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확산된 방사능 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다 오염이 확산되는 오염의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오염수 유출 탱크 주변의 지하수에서 방사능 물질 농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제염(除染)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던 배수구에서도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다.

오염수 유출 사고 이후 후쿠시마 원전 지하수의 방사능 물질 농도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오염수 유출 탱크의 북쪽 20m 지점 지하수에서는 트리튬(삼중수소) 농도가 8일 4200베크렐(㏃), 10일 6만4000㏃, 11일 9만7000㏃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트리튬은 자연계에도 존재하며 물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생물의 체내에는 축적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방사능 물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리튬의 농도가 상승한 것이 오염수 속 스트론튬, 세슘 등 다른 방사능 물질 역시 확산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보고 있다. 도쿄전력은 “(트리튬 농도 상승은) 오염수 유출의 영향일 가능성이 높지만, 어떤 경로로 지하수에 들어갔는지, 왜 농도가 상승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밝히고 있다.

방사능 물질을 제거 중이던 배수구에서도 스트론튬 등 베타선을 방출하는 방사능 물질이 ℓ당 220㏃이 검출돼 우려를 낳고 있다. 도쿄전력은 9월부터 고압의 물을 뿌려 배수구에 쌓인 오염 토양을 제거하는 한편, 방사성물질을 제거한 오염수를 회수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오염수 유출을 막기 위해 배수구 하구를 흙으로 막았지만 일부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후쿠시마현 어민들은 최근 후쿠시마현이 발표한 방사능물질 농도가 기준치보다 낮았다는 점을 근거로 시험조업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후쿠시마현 소마후타바(相馬雙葉) 어업협동조합은 12일 9월 말부터 원전에서 20㎞ 이상 떨어진 해역에서 시험 조업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마후타바 어협은 금어기가 끝나는 9월 초부터 조업을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오염수 유출 사고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연기한 상태였다. 사토 히로유키(佐藤弘行) 조합장은 “어패류가 오염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며 “계속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12일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가 지진, 쓰나미로 바다로 대량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높이 약 15m의 방조제를 건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제1 원전에는 현재 1∼4호기 원자로 건물 지하에 7만5500t, 바다쪽 트렌치(지하 터널)에 1만∼2만t의 고농도 오염수가 저장돼 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