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폐지’ 및 ‘검·경으로의 수사권 이관’을 골자로 하는 개혁안을 마련해 당론화 과정만 남기면서 대공수사와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문화일보 9월 9일자 1면 참조)

논란의 핵심은 대공수사 파트를 민주당 방안대로 국정원에서 검·경으로 이관했을 때 기능이 온전하게 발휘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전문가들뿐 아니라 검·경 내에서도 이와 관련, 검·경이 대공수사권을 온전히 다룰 기능과 역량이 부족하고, 따라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다른 곳으로 이관하는 것은 바른 해법이 아니며, 중요한 것은 국정원의 대공수사 관련 권한과 기능을 국내정치에 악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민주당 국정원법개혁추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문병호 의원은 11일 오전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나라 수사기관의 수준이나 전문성을 봤을 때 검·경에서 충분히 대공수사를 할 수 있다”며 “필요하면 국정원의 전문요원이 검·경 대공수사기관으로 옮겨서 근무하면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론화작업을 거쳐 이르면 추석 전 이를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새누리당에서는 대공수사가 최근 국내·국외·대북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이뤄지고, 고도로 전문화된 분야임을 감안할 때 국정원 외 다른 수사기관으로 이관될 경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 시 수사권을 이관받게 될 검찰과 경찰에서도 수사권 이양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다. 공안부 출신 한 검사는 “현재 국정원의 대공 수사력은 검찰, 경찰 등 다른 기관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대공 수사는 오랜 기간에 걸친 감청, 정보원(휴민트)을 통한 정보 수집, 해외 정보기관과의 정보 교류 등이 동반되기 때문에 국정원이 수사하면 효율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도 “1∼2년 단위로 계속 인사가 이뤄지는 검찰과 경찰은 대공 수사에서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국제 스파이, 테러 위험 등에 대비하기 위해 정보기관의 기능을 통합하는 게 전세계적인 추세인데 국정원의 기능을 자꾸 쪼개는 것은 이러한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간첩 수사 경험이 있는 경찰 관계자도 “대공 수사 기능을 떼내 관련 인력을 경찰이나 검찰로 그대로 이관하더라도 현재 국정원과 같은 수사력이 나올 수 없다”며 “수사 정보 획득 체계, 수사 인력간의 협력 체계 등에도 차이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화종·김병채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