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과 로봇의 싸움을 다룬 미국의 공상과학(SF) 블록버스터 영화 ‘퍼시픽 림’(Pacific Rim)을 두고 중국 내에서 미국의 정치선전용 프로파간다라는 비판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PLA) 소속의 고위공무원 장지에리는 군 기관지 제팡르바오(解放日報)에 실은 논평을 통해 “영화 속에서 괴물과 맞서 싸우는 결정적인 전투 장면이 고의적으로 홍콩과 인접한 남중국해에서 촬영됐다”며 “이는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유지하고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라고 주장했다.

장은 이어 “미국의 영화는 항상 프로파간다적인 장치가 들어 있으며, 미국적 가치와 그들의 전략을 세계에 전파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외신은 2020년까지 해군력의 60%를 태평양 지역에 쏟겠다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피벗 투 아시아’ 정책이 중국의 많은 사람들에게는 중국을 봉쇄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여지면서 이런 편향된 주장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멕시코 출신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에 의해 제작된 퍼시픽 림은 인류를 파괴하려는 외계괴물 ‘카이주’(Kaiju)와 이에 맞서는 초대형 로봇 ‘예거’(Jaeger)의 전쟁을 다룬 영화다. 세계적으로 약 4억 달러(약 4468억 원)의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으며, 특히 중국에서는 지난 3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1억62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등 북미에서보다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지난 2012년 중국은 1년에 20편으로 제한했던 미국 영화 수입 쿼터제를 완화키로 결정, 현재는 1년에 34개의 영화가 수입 허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영화시장으로 성장하면서 서구문화 및 문물유입에 가속도가 붙는 등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