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잰 스티븐슨이라는 선수가 있었습니다. 당시 LPGA의 대표적인 ‘섹스 심벌’로 꼽히는 선수였습니다. 호주 출신의 스티븐슨은 LPGA 통산 16승에 메이저 3승을 올렸으니 이른바 재색(才色)을 겸비한 선수였습니다. 그는 금발에 8등신의 글래머 스타로 골프코스 밖에서 더 인기를 누렸습니다. 전성기엔 골프공을 가득 채운 목욕탕에서 누드 사진을 찍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골프선수 중 ‘누드의 원조’가 된 것입니다. LPGA투어는 스티븐슨에 대해 징계를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30년이 지난 최근에는 LPGA투어의 ‘누드’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 같습니다. 누드 촬영 허용은 물론 오히려 장려하고 있습니다. 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선수들의 누드사진을 홈페이지에 버젓이 올려 놓았습니다. 이에 용기를 낸 탓인지 LPGA 선수 중 10여 명이 누드를 찍었다고 합니다. 이 중 ‘섹시 아이콘’ 나탈리 걸비스, 독일 출신의 ‘8등신 미녀골퍼’ 산드라 갈, 노르웨이의 수잔 페테르센이 대표적입니다. 주목할 것은 선수들이 돈을 받고 촬영하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옷을 벗는다는 사실입니다. 선수들은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내 몸매를 사진으로나마 남길 수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고 합니다. 본인 의사에 따라 공개를 결정합니다. 남몰래 누드사진을 간직한 선수도 여럿 있다고 합니다. 이 중에는 재미교포 크리스티나 김(김초롱)도 누드 대열에 합류했다고 전해집니다.

LPGA투어에서 40명 가까이 되는 한국선수 중에 누드를 찍은 선수가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C선수에게 물었더니 “아직까지 한국선수 중에는 없다”면서 “서구선수들과는 다른 문화적인 차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런 문화적인 차이는 또 있었습니다. 걸비스는 용품사인 아디다스 테일러메이드와 계약 당시 ‘대회 때 스커트만 입는’ 계약서에 사인을 했습니다. 걸비스를 통해 옷이 더욱 예뻐 보이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겠죠. 이달 초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렸던 브리티시여자오픈 때 초속 40m가 넘는 강풍이 불고, 기온이 뚝 떨어졌을 때도 걸비스는 계약 ‘족쇄’ 탓에 짧은 스커트만 입고 고생했습니다. 추위에 떨던 걸비스는 다행히(?) 비가 내리자 스커트 위에 비옷 바지를 입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프로 5년차 안신애가 ‘한 뼘짜리’ 초미니스커트를 입는 파격 패션으로 대회에 출전해 논란이 됐습니다. KLPGA와 중계를 한 방송사에 ‘너무 야하다’며 항의전화가 쇄도했다고 전합니다. 당사자인 안신애는 “치마가 긴 것 같아 한번 접어서 입었을 뿐인데…”라면서도 남의 시선보다 자신만의 패션감각을 살리고 싶다며 당당함을 표시했습니다. 남자보다 이런저런 얘깃거리가 많아서 여자골프가 더 인기가 있는가 봅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