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두 쪽 나도’ 무상보육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서울시의 약속이 과연 지켜질 수 있을까.

서울시가 오는 27일 열릴 서울시의회 임시회에 영유아무상보육 추경편성안을 상정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가운데 추경 없이 정부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여론전에 돌입했지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어 난감해하고 있다.

이번 임시회 다음은 오는 11월 정례회뿐이어서 이번 회기에 시가 추경안을 상정하지 않을 경우 올해 남은 기간 시는 무상보육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19일 시 관계자는 “오는 27일 시의회 임시회에 무상보육 추경안을 상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 정부와 정치권이 약속한 ‘무상보육 예산의 정부 지원’을 지키라는 내용을 담은 선전물 등을 게재하는 등 홍보활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시는 지난주부터 시청사 1층 로비를 비롯해 지하철 역사 내에 정부의 무상보육 지원을 촉구하는 내용의 선전물을 게재했다.

선전물에는 “하늘이 두 쪽 나도 서울시는 무상보육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에 예산지원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와 여당은 앞서 시측에 무상보육 예산을 추경 편성하지 않을 경우 정부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에 시측은 이달 말까지 여론전을 통해 시의 예산 부족과 함께 무상급식이 좌초할 경우 그 책임이 처음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정치권과 정부에 있다는 사실을 시민들에게 각인시킬 방침이다.

이 같은 시의 여론전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이지만 시 내부에선 선전전 이외에 무상보육 지원을 끌어낼 다른 뚜렷한 방법이 없어 쩔쩔매고 있다.

시 관계자는 “추경을 가정한 대안들에 대해 박 시장에게 보고를 올렸을 때 박 시장이 상당히 불쾌해하며 추경을 배제한 방안에 대해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홍보활동 이외에 별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난감해했다. 박 시장을 비롯한 광역단체장들은 지방재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부정책을 입안할 경우 지방정부의 의견을 반영하는 방안과 사무 이관 시 정부예산도 함께 넘기는 내용 등을 담은 법 제정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다.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한 로비도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시 내부에서조차 “시민들은 돈을 누가 주는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무상보육이 중단될 경우 시를 먼저 탓할 것”이라며 비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공짜복지’에 대해 재점검해야 한다는 여론마저 커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정난으로 경기도가 무상급식비 예산 편성을 포기한 상황에서 시가 나서서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 ‘사수’를 주장하는 것도 복지 포퓰리즘을 고수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시 관계자는 “대선 당시 남발했던 복지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지원을 꺼리는 무상보육을 시가 지키겠다고 나서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하지만 무상보육을 그냥 놔둘 경우 야권 단체장이 ‘복지’를 포기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