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검찰의 압수수색팀은 16일 오전 9시 45분쯤 경기 성남시에 있는 국가기록원 정문 앞에 도착했다. 은색 스타렉스 차량과 25인승 버스 등에서 내린 28명의 검사들과 수사관들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동하는 데는 단 1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가 보유한 국내에 한 대밖에 없는 4억 원짜리 디지털 자료 분석용 특수차량도 동원됐다.

◆회의록 존재 여부=검찰은 국가기록원에 새롭게 차려진 사무실에서 앞으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국가기록원 내 대통령기록관에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일단 회의록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한 후 1단계로 회의록을 찾아내는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이를 위해 서고 등 오프라인상의 기록과 전산기록을 모두 살펴봐야 한다. 전산기록의 경우 대통령지정기록물이 보관된 97개의 외장하드를 본 후 대통령기록물관리시스템인 ‘팜스(PAMS)’와 비교를 해야 한다. 팜스는 한글·엑셀 등 파일 자료를 문서 보존 포맷(PDF)으로 변환하고 원본과 PDF를 묶어 장기 보존 포맷(XML)이라는 특수파일 형태로 바꿔 암호화해 저장한다. 오프라인상에서는 대통령지정기록물과 비지정기록물로 나뉘어 있는 서고의 문서들을 목록과 비교해 가면서 한 장씩 봐야 한다. 지난번 정치권에서 확인했을 때는 목록과 대조를 해보지는 않았다.

회의록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한 후 없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날 경우 2단계로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문서관리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의 백업용시스템 나스(NAS·Network Attached Storage)와 28개 외장하드로 구성된 봉하마을용 이지원을 살펴봐야 한다. 회의록이 처음에 만들어졌다가 국가기록원으로 이관이 안 된 것인지, 중간에 삭제가 된 것인지를 이 과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대통령지정기록물 관리를 책임진 보직자 3명의 출입기록 등을 CCTV를 통해 확인하면 특정인이 의도적으로 회의록을 유실했거나 삭제했는지도 판단할 수 있다. 보직자 3명은 열쇠, 카드 등 각자 담당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40일 이상 소요=검찰은 이미 지난 2008년 노 전 대통령의 기록물 유출 사건을 수사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수사기법상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따라서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회의록을 어떻게 관리·보관했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이야기를 해주면 40일 이상 소요될 필요가 없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2008년 노 전 대통령의 기록물 유출 사건을 수사할 때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봉하마을용 이지원과 팜스만 비교·분석하는 데도 45일이나 걸렸다”며 “이번의 경우 전산기록에 대해서 관계자들이 제대로 얘길해주면 서고까지 따로 살피거나 전산시스템을 재구동할 필요가 없으니 이전보다 오히려 빨리 수색 작업을 마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남 = 이현미·이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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