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장외(場外) 투쟁의 깃발을 들면서도 ‘대선 불복(不服)’과는 무관함을 애써 강조해왔다. 대선 불복 이슈는 민주당에 ‘양날의 칼’이다. 투쟁 동력을 결집·확산할 수 있는 한편으로, 민주 절차에 승복하지 않는 정당이라는 비판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자칫 자신이 베일 수 있기 때문에 아니라고는 하지만, 객관적 정황은 사실상 대선 불복 투쟁의 길로 접어든 형국이다.

3일 오후 6시 대국민보고대회를 열기로 한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바로 이어 시민단체 연합인 ‘국가정보원 시국회의’ 주최의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다. 당 지도부는 아니더라도 소속 의원들이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사회자만 바뀔 뿐 장소와 참가자는 똑같은, 사실상의 단일 집회이고 연합 집회다. 실제로 민주당과 시국회의는 사전에 회합을 갖고 연대 방안을 논의했다.

참여연대·민주노총 등 300여 개 친야(親野) 시민단체가 이름을 올린 시국회의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를 이끌었던 단체의 재구성이다. 지난 6월 27일 결성 이후 매 주말 서울광장에서 수 천 명이 참석하는 집회를 주도해왔다. 국정조사 철저 실시와 국정원 개혁을 앞세우지만 집회장에서는 ‘박근혜 아웃(out)’‘대선무효’ 같은 구호가 난무하고 ‘국가권력이 개입한 불법조작선거 원천무효’ 등의 현수막이 등장한다. 누가 봐도 대선 불복을 부추기는 집회다. 그러나 기대만큼 반향이 크지 않았다. 민주당의 3일 집회는 의도가 어떻든 꺼져가는 ‘촛불’의 심지를 돋우는 역할을 자임한 셈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장외투쟁을 선언한 기자회견문에 ‘수천 수만의 촛불’이라 쓰고 ‘수천 수만의 국민’으로 읽었다. 민주당 속내의 일단이다. 당내 강경파 의원들은 이미 노골적으로 대선 불복성 발언을 내놓고 있다.

2008년 100여 일 간의 ‘광우병 촛불’로 한국경제연구원 추산 국내총생산(GDP)의 2%인 2조 원의 국가적 손실을 봤다. 국론 갈등으로 인한 후유증은 더 컸다. 5년만에 또다시 국력을 낭비하는 일을 되풀이할 순 없다. 민주당이 촛불세력, 곧 대선 불복 세력과 일단 손잡으면 회군(回軍)은 어렵고, 그로 인한 파장의 책임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냉철한 선택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