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임종기 환자나 환자 가족이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 제정을 정부에 권고했으나 정작 의료현장에서는 이런 연명의료 부재 상황을 보완해 줄 ‘완화의료’에 대한 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완화의료는 임종과정에 들어서기 전의 환자에게 항암제 투여를 중단하고, 통증 조절이나 정서적 안정 등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6월 현재 법적 기준에 맞게 환자에 완화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의원은 전국 55곳, 880개 병상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병상 수 36만9830개(2011년 말 기준·요양병원 제외)의 0.2% 수준이다. 그나마도 완화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의원은 대부분 서울의료원 등 국공립 공공병원이거나 서울성모병원 같은 종교 기반의 의료기관이다. 이외 완화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갖춘 일반 민간 의료기관은 5곳밖에 없다.

허대석(종양내과) 서울대병원 교수는 “완화의료 서비스가 제대로 자리 잡아야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 결정이 진정한 ‘존엄한 죽음’이 될 수 있다”며 “단순히 법 제정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