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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용/前 이화여대 총장, 건양대 석좌교수

요즘 들어 한국사 교육이 고등학교 현장에서 홀대받고 있는 현상에 대해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사 교육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고 실천이 앞서야 한다. 고교(高校) 단계에 오면 어느 정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갖춰야 할 가치관이 형성될 때다.

무엇보다도 선진 시민사회를 이루기 위해 정직·배려·준법정신과 함께 올바른 역사 인식과 건전한 국가관이 정립돼야 한다. 앞으로 글로벌 경쟁시대를 헤쳐 나가야 할 차세대들이 자국의 역사조차 알지 못한 채 어떻게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歪曲)과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에 어떻게 논리적으로 그 부당함을 지적할 수 있겠는가.

2005년 이후 국사가 고교에서 선택과목이 되면서 국사 교육은 더욱 약화됐다. 전체 수능(修能) 응시자 중 국사 응시 비율이 해마다 줄어 2005학년도 27.7%에서 2013학년도에는 7.1%로 떨어졌다. 이렇게 될 현상을 우려해 한국사 필수과목화 방안이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2011년 4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고교 과정에서 한국사 과목이 필수로 복원됨을 선언했다. 그러나 한국사 교과목이 대학 수능시험과 연계되지 않는 한 실질적 효력이 크지 않다.

고교 한국사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첫째, 대학 수능시험에 한국사가 필수로 포함돼야 한다. 현재 수능 체제는 사회탐구 영역을 세분화해 놓고 단지 두 과목만을 선택하도록 하는 데 문제가 있다. 상대적으로 국어·영어·수학의 비중은 더 커진 반면, 사회탐구 영역의 비중은 현저하게 낮다. 따라서 수능체제의 근본적 개편을 통해 한국사 과목을 단독 과목으로 분리시켜 인문·자연계열 모두 필수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학교교육에서 역사교육을 정상화시키고 학생들의 한국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둘째, 고교에서 역사 영역을 사회과에서 독립시키고 한국사 수업 시수(時數)를 늘려야 한다. 현재 고교 한국사 교육은 2009년 교육과정에 의한 것으로, 5단위(총 85시간)의 선택과목으로서 1학기 동안 집중 이수제를 통해 이수하거나 두 학기에 걸쳐 각각 주당 3시간 내지 2시간씩 나눠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 많은 분량을 짧은 시간 안에 다 다루기도 어렵거니와 일선 학교들은 과목에 따라 20%를 증감할 수 있는 운영에 자율성이 있어 역사 시간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

셋째, 한국사 교육 강화는 대학입시뿐 아니라 대학의 교양과목과 사법·행정·외무고시 등 공무원 임용·승진 시험, 나아가 기업의 채용시험과도 연계돼 필수과목으로 모색돼야 한다. 긴 안목으로 미래를 향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필요성은 비단 고등학교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역사교육은 지식과 과목 차원을 넘어 한 나라 국민으로서의 긍지와 국가적 정체성(正體性)을 심어주는 영혼을 찾는 길이다.

한편, 가르치는 교과서의 내용과 교수 방법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는 필수과목화보다도 더 중요한 문제다. 역사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고 했다. 역사는 인간의 진리에 대한 깊이 있는 종합탐구를 통해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하고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원천이 되는 것이다. 교과서 검정체계를 개선해 국가의 정통성을 침해하는 편향적 내용을 시정(是正)해 청소년들에게 올바르고 균형잡힌 역사관과 건전한 국가관 및 세계관을 심어줘야 한다. 역사의 현장과 함께하면서 재미있게 스토리를 구성해 역사의 지혜와 더불어 역사적 감동을 가지고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키워야 희망찬 미래를 열어 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