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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는 즐거움 / 이윤옥 지음 / 학고재

빨강, 파랑, 노랑의 삼원색에 초록, 검정색이 더해진 책 표지그림은 화가 서용선 씨의 1994년 작 ‘청령포’다.

강원 영월 청령포는 15세기 중반 숙부인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긴 단종의 유배지였다. 1986년 옛 친구를 찾아갔던 그곳에서 화가는 깊은 산과 물살 빠른 강물과 더불어 ‘누가 누구를 감금하려 선택한 고립 은폐된 장소’에서 권력과 정치의 냄새를 맡았다. 그후 화가는 전통 수묵산수화가 아니라 캔버스 위에 강렬한 원색으로 역사화와 풍경화를 그리고 있다. 화가는 단종을 시작으로 임오군란, 6·25전쟁 등 역사 탐구를 거쳐, 마고 신화와 더불어 도시인과 자화상 시리즈를 발표해 왔다.

저자는 경기 양평의 작업실과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장 등에서 수차례 화가를 만났다. 작품에 얽힌 일화와 작업실 분위기를 포함해 화가의 삶과 예술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저자는 화가와 그림에 다가섰다. 그리고 직간접 체험 및 인문학적 분석과 통찰을 통해 작가·작품론을 펼친다.

“터무니없이 강렬한 색과 무표정한 인물, 서용선의 그림은 불편하다… 세상이 그렇지 않은데 편안한 그림은 거짓이다. 예술가는 이상주의자이고, 그래서 진정한 예술가는 혁신적일 수밖에 없다.” “서용선의 역사화나 도시인 그림은 모두 자화상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지금, 여기의 ‘나’라는 하나에서 출발한다.” 또 도시인 시리즈 속 한결같이 무표정하고 딱딱하게 경직돼 있는 사람들이 그렇듯 우리의 삶이 단종보다 더 비극적일 수 있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저자는 10여 년 전 문학과 미술이 만나는 ‘소설화전’에 참여하면서 미술, 미술인과도 소통하며 미술 관련 글을 쓰고 있는 문학평론가이다. 이 책에는 소재와 기법에서 끊임없이 실험과 도전을 펼쳐온 미술작가 5명이 등장한다. 서 씨처럼 폭력을 주목하는 ‘철망작가’ 박성태, 새로운 수묵화의 김선두, ‘종이부인’의 정종미, 돈황 벽화의 작가 서용 씨의 삶과 예술세계를 만날 수 있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