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국가정보원에 보관된 회담 당시의 녹음 파일을 공개하는 쪽으로 추진하는 배경엔 국가기록원 보관 기록물만으로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실체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대통령기록물에 관한 법률에서 열람한 비밀 내용의 누설을 금지하고 있어 회담록과 녹음기록물 공개가 사실상 어려워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국정원 보관 자료 공개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국민 공개에 법적 어려움이 적은 국정원 기록물과 녹음 파일 등의 공개를 통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 등 논란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권 핵심부에서는 내적으로 이미 이와 관련, 상당한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회담록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NLL 포기’라는 표현이 없다고 하더라도 육성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전체 발언 내용이나 회담 분위기 등이 공개되면 국민들이 ‘사실상의 NLL 포기’와 관련한 실체를 분명히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여권의 또 다른 고위 인사는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회담록 음원 파일이 공개되면 그 충격은 상상 이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여권은 국정원 보관 음원 공개가 법에 저촉되는지, 그에 따른 대국민공개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해법 등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상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음원은 열람을 하더라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불법이다. 다만 국정원 보관분은 이미 문서로 된 회담록을 일반기록물로 분류해 공개한 바 있기 때문에 이 방안을 적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여권의 또 다른 인사는 “음원 대국민공개와 관련, 합법적인 방식을 추진하되 여의치 않으면 ‘합법화 추진 후 공개’ 방식 등 반(半)합법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강조했다. 미필적 고의 방식으로 ‘인터넷에 띄우기’도 고려 대상이다.

이런 판단에 기반해 국정원 보관 자료 공개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여권에서 빠르게 확산 중이다. 국정원에서 회담록 전문을 일반기록물로 분류한 것처럼 음원 파일 등 다른 자료들도 일반기록물로 재분류한 후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기록원 보관 자료 역시 열람이 가능해져 상호 비교할 수 있어 훼손·왜곡 논란이 생길 가능성도 낮다. 녹음 파일을 인터넷이나 방송 등을 통해 공개하면 더 이상 야당이 다른 의견을 제기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국가기록원 문서 회담록을 국민에게 공개해 노 전 대통령 발언 중 ‘포기’라는 단어가 없었다는 점을 명확히 밝힌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기록물 공개를 둘러싼 법적 논란을 의식해 구체적인 방법과 관련해서는 신중을 기하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정상회담 회담록 등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와 관련해 어떤 경우에도 법이 정한 범위를 벗어나는 주장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가기록원 회담록 공개를 통해 ‘NLL 포기 발언’이 없었다는 점을 확인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법적 논란을 의식해 공개 방식에는 신중을 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은 어떤 방식으로든 회담록 내용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회담록 등을 열람한 국회의원들이 개인적으로 NLL 포기 발언의 존재 여부, 국가기록원 보관 기록과 국정원 보관 기록 간의 차이점 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경우 면책특권을 이용해 상임위원회 등의 공식 회의 석상에서 내용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