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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쓰레기 탐색자 / 제프 페럴 지음, 김영배 옮김 / 시대의창

이 책은 현대 도시의 쓰레기(탐색자)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서다. 이렇게 서두를 떼면, 뭔가 거리감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우리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폐지를 줍는 이들을 떠올려 보시라. 대부분 노인인 이들이 종이박스 등 폐지를 켜켜이 쌓아 올린 리어카를 힘겹게 끌고 가는 것을 심심찮게 보았을 것이다. 여기에서 그 의미를 좀더 확장한다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쓰레기 탐색자’가 된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미국 애리조나대의 종신교수직을 박차고 고향인 텍사스주 포트워스로 돌아가 8개월간 ‘거리의 쓰레기 탐색자’로 살았다. 이 책은 그가 8개월간 보고 겪은,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두에서 저자는 이렇게 운을 뗀다. “포트워스 시내의 이웃들을 순회하면서 살폈던 많은 쓰레기 더미와 폐기물 처리장, 빈민촌 골목골목에서 나는 도시에서 버려진 풍요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자는 매우 꼼꼼하게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는다. 연구를 위해 시작했지만 저자는 ‘진짜’ 생존을 위해 쓰레기통과 폐기물 처리장을 뒤지는 삶에 적응해 간다. 자신의 자전거 리어카에 음식이며 구리 등 각종 쇠붙이, 알루미늄 캔과 유리병 등 푼돈으로 바꿀 수 있는 ‘쓰레기’들을 잔뜩 싣고 생계를 이어간다. 자신의 일상뿐 아니라 쓰레기를 탐색하면서 만나게 된 이웃들에 대한 묘사 또한 매우 정교하다.

저자가 만난 ‘또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이들’이 모두 집 없는 노숙자나 거지는 아니다. 어떤 이는 작지만 집이 있었고, 정규 직업을 가진 경우도 있었다. 불법 쓰레기 수집인에서부터 노숙자, 금속 수집가, 재활용 운동가, 대안건축물 건축가, 아웃사이더 아티스트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거리에서 만난 이들은 그야말로 다양했다. 단순히 생존하기 위해서든 아니면 스스로의 선택에 따른 것이든 이들은 도무지 가치가 없어 보이는 쓰레기 더미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사람들이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소비자들은 즉각적인 즐거움을 위해 물건을 구매하지만 잠깐의 시간만 지나도 환불하거나 버리는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쓰레기통에는 포장조차 뜯지 않은 채로 이렇게 버려진 물건들로 넘쳐난다. 거리의 탐색자들이야말로 소비문화에 중독된 사람들이 망쳐 놓은 것들을 바로잡는 역할을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소비문화는 끊임없이 구매하고, 어제 구입한 물건을 오늘은 버리며, 참을성 없는 탐욕으로 내일의 구매와 소비를 준비하게 만든다. 사회의 특권 소비계층은 매일같이 벌어지는 낭비를 통해 스스로를 다른 이들과 격리시키고, 도시의 쓰레기 매립지들은 수많은 쓰레기들 때문에 산을 이루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도시의 쓰레기 수집가들은 쇼핑몰에서 쓰레기 매립지까지 ‘직행하는’ 소비환경 속에서 자신이 직접 고안한 리어카를 끌고 새로운 문화를 일궈내고 있다.

저자는 “버려진 옷이나 깡통이 어디에 있는지, 매일매일 어떻게 살아남았는지에 대해 온통 관심을 쏟게 되는 길거리의 세계는 철저히 현실적이면서도 동시에 깊은 대안적 의미의 세상을 품고 있다”면서 “길거리의 세계에서 살고 노동한다는 것은 오랜 세월에 걸쳐 이뤄진 오늘날의 소비문화를 무너뜨리는 작업에 동참하는 것이며, 법과 범죄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이며, 시간과 공간, 정체성의 현실성을 되돌아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결론내린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