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주권전쟁’ 이미 막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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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인터넷을 지배할 것인가….’

오는 2014년 10월 부산에서 열릴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에서 세계 각국들의 인터넷 주권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이와 관련, 미국, 중국 등 주요 참가국들은 인터넷 관할 의제를 핵심안건으로 전권회의에 상정할지 여부를 두고 벌써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17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ITU 전권회의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최대 국제 기구인 ITU가 4년마다 주최하는 최고위 의사결정 회의다. 국제 헌법이라 할 수 있는 ITU 헌장과 협약이 개정되고 정보통신 주요 정책들이 모두 이곳에서 결정된다. 한국은 지난 2010년 멕시코 전권회의에서 차기 전권회의 개최국으로 결정됐다.

이번 ITU에서 가장 첨예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 부분은 인터넷 주권 부분이다. 인터넷 주권은 인터넷의 핵심 인프라인 도메인이름시스템(DNS)의 통제권 등을 말하는 것으로, 현재 미국의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가 보유하고 있다. 인터넷은 컴퓨터간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인터넷 주소 네트워크로 DNS에 기반한다. 인터넷 주소는 숫자로 표현되는 인터넷프로토콜(IP) 주소와 문자로 표현된 도메인이름으로 구성되는데, DNS는 도메인 이름을 고유의 IP로 변환시켜주는 시스템이다.

DNS서버 통제 문제는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불거졌다. 가능성은 약하지만 만약 미국이 작정하고 DNS에서 ‘OOO.cn’이라는 도메인을 삭제하면 중국은 인터넷 접속이 끊기게 될 위험이 있다. 또 ‘OOO.ru’를 삭제하면 러시아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OOO.kr’를 삭제하면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 같은 문제는 격론 끝에 2009년 미국 정부가 당시 상무부 산하에 있던 ICANN에 자율성을 부여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2011년 ICANN이 신규 도메인 정책을 독단적으로 처리하자 인터넷 후발국들의 불만이 다시 불거졌다. 당시 ICANN은 인터넷 주소 체계가 포화상태에 달해 기존의 ‘OOO.com’ 등 외에도 ‘.OOO’ 형태의 주소도 쓸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기업이나 국가들은 기존 자국이나 자사명이 들어간 OOO.com 등의 도메인만 확보하면 됐지만, 새 체계에서는 이전보다 다양한 .OOO 형태의 도메인을 확보해야 할 수밖에 없어졌다. 새 도메인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연간 수억 원에 달하는 돈을 ICANN에 내야 한다.

이에 따라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이 주도적으로 나서 유엔 산하 ITU 관할영역에 인터넷을 포함시키고 ITU 차원에서 국가간 규약으로 인터넷을 관리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실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열린 ITU 국제전기통신세계회의(WCIT-12)에서 미국과 인터넷 후발국 등은 이같은 문제로 한 차례 충돌한 바 있다. ITU 차원에서 DNS서버 통제 등을 다루자는 중국, 러시아, 아랍권, 개도국 진영과 민간 자율 영역임을 고수하는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 서방진영의 논리가 격돌한 것이다. 여기에 중국과 아랍권 등이 반체제 인사들의 사이버 활동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까지 맞물려 회의 막판까지 뜨거운 쟁점으로 다뤄졌다.

결국 당시 회의에서 ITU 관할범위를 인터넷을 포함한 정보통신 영역으로 확대하려는 시도는 미국의 반대로 실패했고, 사이버 보안과 인터넷 성장가능 환경조성 노력 등 선언적 의미의 결의문만 통과됐다. 그러나 이마저 미국, 영국 등 20여 개 국이 최종 서명에 불참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전권회의에서 ITU의 인터넷 관할 의제를 핵심안건으로 상정할지 여부를 두고 미국 등 서방진영과 중국 등 신흥경제대국 간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임정환·유회경 기자 yom724@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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