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네이버(NHN)를 규제하는 법안을 여(與)·야(野)·정(政) 모두가 추진하고 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포털의 공공성 확보 및 경쟁 생태계 조성을 위한 법안을 이달 중 발의할 계획이고, 여당에서도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을 중심으로 포털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며 입법을 검토하고 있다.

전 원내대표는 14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네이버는 시장지배사업자 이상의 지위를 누리고 있지만 전혀 규제를 받고 있지 않다”며 “갑(甲)과 을(乙)의 문제 해소 차원에서도 관련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원내대표는 “무선 통신 시장 50%를 점유한 SK텔레콤은 시장지배사업자로 규제를 받지만, 검색광고시장의 대다수를 점유하고 있는 네이버에 공정 경쟁을 유도할 장치는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 의원실에서 준비하고 있는 공공성 확보 및 경쟁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제정법에는 포털 분야의 경우에도 시장지배사업자 지정을 가능토록 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이 경우 시장지배사업자에 대해 정부가 이용 약관, 서비스 개편 등에 대해 인가권을 가지게 된다. 즉, 네이버가 증권, 부동산, 도서, 영화 등으로 신규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포털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검색 로그나 카테고리를 일정 수준 공개토록 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 원내대표는 이달 말까지 법안을 발의하고 9월 정기국회에서 포털 규제 문제를 본격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새누리당에서도 대형 포털사업자의 불공정거래를 규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이와 관련한 토론회를 이미 개최했고, 입법 발의도 준비하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광고를 정보처럼 둔갑시키고, 신생 벤처의 아이디어를 가로채는 것 등에 대해 경실모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 정책위원회에는 인터넷의 슈퍼 갑(甲)인 포털의 ‘게이트 키핑’ 문제를 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 등에서 특정 언론을 부각하거나 특정 기사만을 올리는 방식으로 여론을 좌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한국이 빌 게이츠를 꿈꾸며 개발한 기술을 헐값에 대기업에 빼앗기고, 대형포털업체들이 콘텐츠 제공업체를 상대로 단가를 후려치고 있다”며 “이 구조를 그대로 두고는 한국의 잡스, 저커버그는 탄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창조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포털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역시 13일 “갑을관계의 대표적 희생자는 소프트웨어 업계”라며 “NHN에서 (중소업체가) 프레젠테이션을 하면 (그 자리에서는) ‘별 것 없다’고 하고 나중에 가져가 쓰는 일이 있다”고 비판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