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직업인 프로 선수에게도 무서운 병이 있습니다. 입스(Yips)라는 병입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몹시 불안해하는 증세를 말하는데, 경험자들은 경우에 따라 호흡이 빨라지며 손에 가벼운 경련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입스는 너무 강한 승부욕과 서두르는 심리적 긴박감 때문으로, 남을 의식하는 경우 심해진다고 합니다. 입스는 ‘마음의 병’인 셈입니다. 아무리 실력이 좋은 골퍼도 입스가 나타납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의 간판 김하늘 선수가 요즘 ‘드라이버 입스’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2011년과 2012년 상금왕을 차지한 김하늘은 연습 때는 공이 그렇게 잘 맞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회에서 티샷을 하면 전혀 딴판입니다. 지난주 제주 스카이힐골프장에서 열린 롯데칸타타오픈에서 드라이버 샷 난조로 OB를 잇달아 내더니 결국 컷 탈락했습니다. 김하늘은 지난 4월 개막된 국내 시즌에서 아직 ‘톱10’ 한 번 들지 못하고 기권과 컷 탈락 두 차례를 기록하며 상금랭킹 35위까지 내려앉았습니다. 시즌 초 비거리를 더 내기 위해 스윙을 고치려다 역효과를 낳은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입스는 퍼팅을 할 때 많이 나타나지만 샷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드라이버, 아이언 할 것 없이 입스가 나타납니다. 남자 프로골프의 김대섭 선수도 2006년 메리츠솔모로오픈에서 스코어 오기로 실격된 이후 2년 동안 드라이버 입스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또 같은해 신인왕을 차지했던 최진호 선수는 2008년부터 드라이버 거리를 늘리려다 무리하면서 입스에 걸려 17개 대회에서 모두 컷 탈락해 투어카드를 잃고 이듬해 미국 2부투어를 전전한 경우입니다. 김대섭은 잘나가던 시절의 스윙 동영상을 계속 보면서 극복했고, 김진호는 아예 골프채를 내려 놓고 몸의 밸런스를 다시 맞추는 것부터 시작해 입스를 이겨냈습니다.

주말 골퍼에게도 입스는 공포입니다. 웨지 샷을 하다가 갑자기 생크가 잇따라 뒤땅을 치고, 호흡과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1m도 안 되는 퍼팅을 어이없이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드라이버나 아이언 샷은 장타를 의식했을 때 주로 발생합니다. 장타를 위해 과도하게 몸을 쓰거나 백 스윙에서 상체를 들어 올려 임팩트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스윙의 오류를 그대로 방치할 때 입스가 올 수 있습니다. 짧은 거리의 퍼팅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입스가 찾아옵니다.

입스는 프로도 꼼짝없이 걸리는 병이기에 기량이 얄팍한 아마추어가 늘 베스트 샷만을 꿈 꿔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입스에 걸려 골프에 흥미까지 잃을 수 있습니다.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오늘 꼭 해내겠다’는 욕심은 접고 ‘예전처럼만 치자’거나 ‘다음엔 잘 되겠지’ 하며 여유를 찾는 게 입스 예방을 위한 최고의 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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