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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의 발레무대를 은퇴하는 강예나,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수석무용수 서희, 발레무대에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황혜민-엄재용, 그리고 ABT·이탈리아 라스칼라오페라발레단 스타무용수인 로베르토 볼레와 미국 털사발레단의 이현준까지. 국내외 발레무대의 스타무용수들이 환상적인 한여름밤의 발레무대를 펼친다.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오는 7월 6∼13일 열리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오네긴’(사진)은 화려한 출연진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총 10회 공연무대에는 정상의 남녀무용수들이 타티아나-오네긴 역을 맡아 기량을 발휘한다.

◆발레 ‘오네긴’ = 원작 ‘예브게니 오네긴’은 두 남녀의 엇갈리는 사랑과 이별을 다룬 19세기 러시아 문호 푸시킨의 소설이다. 이 작품은 차이콥스키 음악의 오페라 및 영화, 연극으로 선보였다. 발레로는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존 크랑코 안무로 지난 1965년 초연했다. 국내에서는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2004년 내한공연 때 강수진의 춤으로 처음 소개됐다. 이어 국내 발레단으론 유니버설발레단이 안무자 존 크랑코 측의 공연권을 따내 2009년 처음 선보였다.

발레 ‘오네긴’은 연극적 요소를 강화해 춤과 더불어 섬세한 연기를 통해 줄거리를 풀어내는 ‘드라마발레’다. 2009, 2011년 LG아트홀에서 녹음음악으로 공연했던 유니버설발레단은 올해엔 오케스트라의 생음악으로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대형무대에서 본격적인 드라마발레를 선보인다.

발레 ‘오네긴’의 음악은 차이콥스키 음악의 오페라와는 전혀 다르다. 독일 작곡자 쿨트 하인즈 스톨제는 안무자 존 크랑코의 의뢰를 받아 발레용으로 차이콥스키 작품 중 28곡을 편곡해 발레음악을 완성했다. 차이콥스키의 ‘사계’ 중 ‘6월 뱃노래’와 ‘10월 가을의 노래’를 비롯, ‘피아노를 위한 6개의 소품 작품 19’ 중 ‘녹턴’ 등 차이콥스키 음악이 등장한다. 이번 공연의 음악은 러시아 볼쇼이극장 지휘자 미하일 그라노프스키 지휘로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두 주역 타티아나·오네긴 = 자유분방한 도시남자 오네긴과 순진한 시골 아가씨 타티아나는 시간차를 두고 큐피드의 화살이 엇갈리는 비극적 짝사랑의 주인공이다. 젊은날 타티아나의 연서를 보란 듯이 찢어버렸던 까칠한 오네긴이 세월이 흘러 기품있는 공작부인이 된 타티아나에게 뜨거운 사랑을 고백하고, 두 사람은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일부 관람객은 일정별 출연진의 면면을 점검하는 등, 엇갈리는 사랑을 춤과 동작으로 연기하는 주역무용수에게도 발레애호가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13년 ‘오네긴’을 통해 스타발레리나 강예나가 고별공연을 갖는다. 한국인 최초의 러시아 키로프발레단 입단과 유니버설발레단 최연소 수석무용수 등 발레리나로서 국내외에서 최초와 최연소를 기록했던 그다. ‘오네긴’을 끝으로 은퇴한 뒤 발레무용복브랜드 ‘예나라인’의 사업가로 변신한다.

미국 ABT 수석무용수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서희도 7월의 유니버설발레단 ‘오네긴’에서 이탈리아 출신 발레리노 로베르토 볼레와 호흡을 맞춘다. 서희는 지난해 ABT ‘오네긴’의 타티아나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그는 뉴욕타임스(NYT) 선정 ‘2012 올해의 무용수’로 뽑혔고, 올해 5월 무용전문지 ‘댄스’의 커버모델로 등장했다. 서희의 상대역인 볼레는 한국무대엔 처음이지만 서구발레단의 프리마 발레리나들이 선호하는 파트너로 손꼽히는 스타발레리노다.

10년 동안 발레 무대에서 호흡을 맞춰온 황혜민-엄재용 부부는 2009, 2011년에 이어 세 번째 타티아나-오네긴을 연기한다. 이 밖에 지난 2월 미국 털사발레단에 입단한 이현준이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과 짝을 이룬다. 은퇴하는 강예나의 파트너도 이현준이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