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범한 관찰력과 박학다식함,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태도. 19세기 영국추리작가 아서 코난 도일의 유명한 추리 소설 주인공 ‘셜록 홈스’는 사립탐정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널리 각인시키는데 일조했다. 이 소설이 등장한 시기가 1880년대 말임을 감안하면 당시 영국에서는 이미 사립탐정이라는 개념이 각종 예술 작품의 소재로 사용될 만큼 퍼져있었다.

영국에서 세계 최초의 탐정기관이 태동한 시기는 1748년이다. 당시 영국 국왕은 치안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역별로 치안판사직을 신설했는데 그 중 한 명인 H 필딩이 ‘보스트리트러너’라는 이름의 소수의 정예조직을 만들어 범죄 정보를 수집게 한 것이 탐정기관의 시초가 됐다. 오늘날 영국에서는 탐정이 보험과 관련된 사실관계 조사, 재판에 필요한 정보 수집 및 목격자·증인 확보를 주로 하고 있다. 영국에는 탐정면허제도가 따로 없지만 탐정 기법과 지식 등을 평가하는 국가직업인증시험(NVQ)을 치러 1∼5레벨 중 3레벨 이상을 받아야 탐정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탐정제도가 가장 발달되어 있는 나라 중 하나다. 1998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의 르윈스키 스캔들을 담당한 케네스 스타 검사가 사립탐정에게 증거수집을 의뢰했던 데 이어 2007년 힐러리 클린턴 당시 상원의원이 남편의 혼외정사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사설탐정을 고용한 사실은 유명하다.

미국의 탐정제도는 주정부의 자체적인 법률 시스템과 제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까다로운 공인시험 제도를 갖추고 있다. 시험은 형사소송법, 조사기술, 보고서작성법 등의 과목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후 별도로 수사경력이나 조사보조원 경력 등 일정 조건이 요구된다. 한편 미국의 탐정기업은 개인 업무보다 인수·합병(M&A) 기업 조사 등 복잡한 기업 관련 업무를 주로 맡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호주 역시 체계적인 탐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필리핀 정부가 호주의 사설탐정을 고용해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은행 비자금 16조 원을 찾아낸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호주는 지역에 따라 탐정에 대한 인가규정과 운영 형태가 조금씩 다르며 탐정면허를 취득한 주 안에서만 활동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활동을 원하는 주에 세금을 내고 활동에 대한 허가를 얻으면 다른 주에서도 활동할 수 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