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기기 검증업체 새한티이피와 납품업체 JS전선의 검사서 위조, 부당 납품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새한티이피가 검사를 담당한 다른 납품업체들에서도 검사서 조작의혹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수사단(단장 김기동 지청장)은 5일 새한티이피가 검사시험서를 낸 10여 건의 조작의혹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고소된 내용 외에도 다양한 검사서 조작의혹에 대해 스크린하고 있으며 추가로 위조된 정황이 포착돼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새한티이피, JS전선의 본사와 대표 2명의 자택 등에서 확보한 압수물의 일부를 이미 분석하고 새한티이피 직원 6, 7명을 이틀째 소환해 이 같은 조작혐의에 대해 일일이 확인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새한티이피와 JS전선의 과거 7∼10년치 원전 관련 검증 및 부품납품 자료를 모두 분석해 위조 및 부당 납품 경위와 관련자를 가려낼 방침이다. 검찰은 2007년 12월부터 특가법상의 사기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7년에서 10년으로, 사문서위조는 5년에서 7년으로 늘어나 새한티이피의 2003년 6월, 혹은 2006년 6월 이후 비리는 모두 혐의 적용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또 비리제보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서도 제보가 접수되기 시작해 확인 작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JS전선의 제어케이블뿐 아니라 또 다른 부품업체인 우진이 만든 신호·전원 공급 케이블의 검증서도 위조된 것으로 새롭게 확인됐다. 이 부품은 건설 중인 신고리 3, 4호기에 이미 납품, 설치됐다.

검찰은 우진의 고소장이 접수되면 새한티이피가 케이블의 방사능 노화테스트에 대한 검사능력이 없는 데도 위조된 합격검증서를 발급하고, 이 검증서가 감리기관인 한국전력기술, 발주처인 한국수력원자력을 모두 통과해 원전에 정상 설치된 경위와 관련자 등을 모두 조사할 계획이다. 따라서 향후 한국전력기술, 한수원 관계자 등에 대한 줄소환도 예상된다.

원전기기 검증기관은 새한티이피,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코넥, 한국기계연구원, 한수원 중앙연구원 등 7개 기관이 있지만 새한티이피가 내진 시험과 내환경시험 등 분야에서 50% 이상의 검증을 맡고 있어 검찰은 새한티이피에 대한 조작의혹을 밝히는 데 우선적으로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신고리 1, 2호기 등의 제어케이블 성능검증시험성적서 위조 등을 공모한 혐의로 새한티이피 대표 오모(50) 씨와 JS전선 전 직원 문모(35) 씨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 2명에게는 특가법상의 사기와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JS전선 전 대표 황모 씨도 조만간 소환할 예정이다.

부산 = 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