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수도권의 한 골프장 사장을 만났더니 대뜸 “요즘 죽을 지경”이라며 긴 한숨부터 내쉬었습니다. K 사장의 얘기는 과거 김대중정부나 노무현정부에서도 골프장 경영이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는데, 이명박정부가 들어서고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금까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보수정권의 골프 역차별 정책’ 때문이라는 설명도 이어갔습니다. K 사장은 진보정권은 ‘골프치는 중산층’을 ‘정치적 적대 관계’로 보고 비교적 너그럽게 대해왔다는 것입니다. 반면 보수정권은 그들을 ‘정치적 동지’이자 ‘아군’이지만 서민보다는 같은 편인 골프치는 사람들을 다그치는 게 편하다는 논리입니다.

얘기를 듣고 보니 K 사장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집권하기 직전부터 외환위기가 불어닥쳤던 김대중정부는 1998년 출범 이후 가장 먼저 ‘골프 대중화’를 외쳤습니다. 김 대통령 자신은 골프를 치지 않았지만 골프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풀었습니다. 5년 뒤 바통을 이어받은 노무현정부는 대통령과 정부 실력자들이 골프장을 공개적으로 드나들었습니다. 노 대통령 자신도 휴가 때 별장에서 골프를 즐겼고, 실세들은 골프장에서 막후 정치를 해왔습니다.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는 삼일절에 골프를 치다가 구설에 올랐고, 일부 고위 공직자가 수해 지역에서 골프를 즐기다가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고 권력인 대통령이 골프를 직접 치면서 장려하니 골프 관련 산업이 커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실제 10년 동안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1998년부터 2007년 말까지 10년 동안 국내 골프산업은 폭발적인 팽창기를 맞았습니다. 2000년 이전까지 100개도 채 안되던 골프장 수는 227개로 늘었고, 골프장을 찾은 내장객 수도 1000만 명에서 2200만 명을 넘었습니다. 특히 정부 주도로 ‘반값 골프장’정책 덕에 퍼블릭(대중제) 골프장 수는 3배 이상, 150만 명 남짓이던 내장객은 740만 명까지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했습니다. 말 그대로 대중화 정책이 맞아 떨어진 셈입니다.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골프 정책은 타임머신을 탄 듯 10년 전으로 확 돌아갔습니다. 공직자들은 ‘공직 기강’ 확립이란 명분속에 눈치를 봐야 했고, 대통령 스스로 골프의 ‘골’자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5년 동안 골프장은 중과세가 더해져 그린피가 20만 원을 넘자 골퍼들은 불만을 쏟아냈고, 골프장은 매출의 40% 이상을 세금으로 낸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출범 3개월이 된 박근혜정부 역시 ‘골프 정책’에서는 이명박정부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최근 검찰은 검사의 골프장 출입을 금지하는 ‘골프장 금지령’까지 시달할 정도라고 합니다. 또다시 숨통 막히는 5년을 보내야 할지 막막하다는 K 사장의 얼굴이 잊어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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