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금은 사라진 과거 황학동의 한 골동품점에서 주인이 고객을 위해 색소폰을 불어보고 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영희는 온종일 팬지꽃 앞에 앉아 줄 끊어진 기타를 쳤다. ‘최후의 시장’에서 사온 기타였다.’(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이 소설에서 ‘최후의 시장’이란 서울 중구 황학동 청계천7가와 8가 사이에 위치한 황학동시장을 말하는 것이다. 황학동시장은 ‘마지막 시장’ ‘최후의 시장’ 등 다양한 별칭을 갖고 있다.

황학동시장은 ‘도깨비 시장’ ‘도떼기 시장’ ‘개미시장’ 등으로 불린다. 비가 오면 들어갔다가 비가 그치면 감쪽같이 다시 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도깨비 시장’. ‘벼룩시장’은 벼룩이라도 기어나올 것 같고, 상인들이 벼룩처럼 곳곳을 튀어다니며 중고물품을 모아왔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물건을 열심히 모은다고 해서 개미시장이라고도 불린다.

황학동시장은 옛날 황학이 노닐던 논밭이었다. 지금도 서울 도심에 있으면서 인정이 흐르는 옛 시골장터와 전통적 모습을 간직한 도심지 시장이다. 6·25 전쟁 이후 황학동과 청계천 일대에는 고물들이 쏟아져 나왔고 사창가도 난립해 있었다. 1969년에는 황학동 일대의 청계천 복개 공사가 끝났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값나가는 골동품과 희귀 LP 등이 이곳에서 판매됐다. 하지만 먹고 살 만해지자 골동품은 인사동과 장안평으로, LP 판매점은 회현동과 명동 등으로 하나 둘씩 이전하고 이후 중고물품 시장으로 바뀌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황학동으로 몰렸다. 2004년 청계천 복원 사업으로 풍물시장은 동대문운동장으로 밀려났다. 2006년 ‘디자인 서울’ 사업으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설립이 추진되자 이곳 상인들은 또다시 신설동의 서울풍물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설동 풍물시장, 동묘 옆의 길거리 벼룩시장과 함께 청계천8가 골목 안에도 풍물시장이 형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