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소위 강남 8학군 고등학교에 입학했던 A(18) 군은 내신 성적이 잘 나오지 않자 한 한기 만에 학교를 그만두고 올해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 합격해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학교 대신 검정고시 전문 학원과 대안학교를 다니면서 2년간 학비로 3200여 만 원을 지출했다. A 군은 22일 문화일보에 “학교 생활에 딱히 불만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모의고사 성적에 비해 내신 성적이 안 나와 검정고시가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다”면서 “검정고시를 보면 학생부 성적이 아예 없기 때문에, 수능 점수를 학생부 성적으로 환산해 적용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공교육 기회를 놓친 이들을 위한 검정고시가 내신 경쟁없이 고가의 사교육을 받으면서 대입을 준비하려는 부유층 자녀들의 ‘대입 속성 코스’로 변질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검정고시 합격자 중 10대들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고졸 검정고시의 전체 합격자 중 10대 합격자 비율은 약 57%에 달했다. 시도교육청 중 응시자 수가 가장 많았던 서울시교육청의 고졸 검정고시 합격자 중 10대 비율은 60%에 달했다.

검정고시에 10대들이 몰리면서 10대를 중심으로 난이도를 높게 조정해 만학도들만 손해를 본다는 비판이 일었고, 지난해 시험부터는 난이도가 낮아졌다. 그러나 이로 인해 10대들의 점수가 상승했고, 수시모집 중 검정고시 성적을 학생부 점수로 환산해주는 전형에서 검정고시 출신자들이 유리해지는 또 다른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학비가 수천 만 원에 달하는 미인가 대안학교들이 검정고시를 보는 부유층 자녀들의 입시 코스로 인기를 끌면서 이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다. 이날 교육부가 미인가 대안학교 185곳의 운영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수업료 등 연간 학생부담금이 1000만 원을 넘는 대안학교가 31곳에 달했다.

지난해 1000만 원의 입학금과 학기당 600만 원의 수업료를 내고 한 영어 전문 대안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킨 주부 B 씨는 “엄마들 사이에서 대안학교와 검정고시가 명문대 입학의 새로운 엘리트 코스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자사고에서 내신 경쟁에 시달리거나, 일반고에서 질 낮은 교육 환경에 있는 것보다는 대안학교에서 영어를 중점적으로 배우고 검정고시를 보는 게 대입에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안교육연대의 이우규 정책위원장은 “공교육이 수용하지 못하는 부분을 담당했던 대안학교와 검정고시가 일부 부유층들의 대입 속성 코스로 변질되고 있다”면서 “상업적 이익만 추구하는 대안학교는 사설 학원과 다를 바가 없어,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