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겐 골프장은 아직까지는 ‘그림의 떡’처럼 남의 동네 얘기로 흘려버립니다. 이런 사람들 대다수는 ‘농약이 잔뜩 뿌려진 잔디밭’ ‘가진 사람들만 다니는 놀이터’쯤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골프장의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바꾼 곳이 있습니다. 경기 파주의 서원밸리골프장입니다. 매년 5월 마지막주 토요일, 이곳에서 ‘그린 콘서트’가 열릴 때면 4만 명이 찾아 옵니다. 골프치는 사람이냐고요? 천만의 말씀. 코흘리개부터 인근에 거주하는 농사꾼들도 있고, 지방에서 차를 몰고 가족 단위로, 심지어 ‘한류 열풍’에 힘입어 동남아와 유럽에서도 그린 콘서트를 찾는답니다. 2000년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13년째입니다. 그린 콘서트는 말 그대로 골프장에서 열리는 음악회입니다. 이 콘서트만이 갖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가 유명 아이돌 스타들이 무더기로 나오지만 출연자나 입장 관객 모두 무료입니다. 출연 연예인들은 그린 콘서트의 좋은 뜻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수천만 원씩 하는 출연료도 받지 않고 무료 봉사합니다. 골프장이 하루 영업을 하지 않고 오전부터 전 홀을 개방하다 보니 씨름 대회, 보물찾기 등 어린아이부터 80대 어르신까지 잔디밭에서 하루를 만끽할 수 있는 것도 그린 콘서트만의 매력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골프장 페어웨이는 수천 대 자동차의 주차장이 됩니다. 그리고 골프장 직원들이 정성껏 만든 음식을 실비로 판매해 얻은 수입금 전액을 모아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만드는 행사로 진행됩니다. 수만 명이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골프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데 크게 기여한다는 취지에 동참한 골프장들이 늘어나고 있고, 올해엔 콘서트를 열거나 계획중인 골프장이 전국에 10곳이 넘을 정도입니다. 그 동안 몇몇 골프장은 회원들이 ‘골프를 못친다’며 불편을 호소하자 콘서트 행사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서원밸리만 유독 규모를 키워가며 매년 그린 콘서트를 키워 왔을까요? 이 골프장 오너인 최등규 회장의 굳은 의지 덕분이라고 합니다. 그는 매출 1조 원 규모의 건설, 정보통신, 골프장,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근무하는 3000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린 대보그룹의 창업주입니다. 처음엔 최 회장 역시 직원들처럼 잔디가 망가진다고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콘서트를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먼저 생각했기에 밀어붙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맨손으로 기업을 일궈낸 그는 누구보다도 힘들고 어렵게 살아봤기에 돈을 벌 때보다 함께 나눌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받는 기쁨은 아주 잠깐입니다. 하지만 주는 기쁨은 참 오래 갑디다. 그래서 가장 소중한 것부터 내놓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그는 덧붙여 그린 콘서트를 치르면서 새로운 기업경영 철학으로 반드시 자선과 복지, 그리고 나눔을 키워드로 진행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살아 있는 한 영원한 그린 콘서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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