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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가 ‘포스트 남양유업 살생부’ 괴담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야권이 ‘갑(甲) 횡포’ 고발을 촛불사태에 버금가는 어젠다로 키워 오는 6월 경제민주화 법안 국회 통과를 위한 유리한 여론 형성에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식품업계는 이런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갑의 횡포’를 상징하는 제2, 제3의 남양유업이 속출해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 식품업계 고위 관계자는 “우리 업계에 ‘포스트 남양유업 살생부’ 괴담이 퍼지고 있어 급하게 출처를 확인 중”이라며 “회사 이름이 언급돼 최대한 몸을 낮춘 채 돌아가는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살생부 명단에 이름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진 식품 회사는 D사, N사, S사 등이다.

괴담에 이름이 오른 또 다른 식품업체 관계자는 “살생부 괴담이 돌자 최고위층이 내부에 비상을 걸었다”면서 “전사적으로 대리점주·협력업체와 거래 상황을 면밀히 집중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살생부 괴담의 출처는 정확하게 확인되고 있지 않으나 남양유업 사태와 맞물려 식품업계에 빠르게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식품업계가 괴담에 긴장하는 이유는 이번 남양유업 사태를 쟁점화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를 비롯해 민주당·통합진보당 등 야권이 광범위하게 ‘제2의 남양유업’ 사례를 수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시민단체와 야권은 국회에서 경제민주화포럼을 개최하는 등 갑 횡포 사례를 대외적으로 적극 알려 6월 경제민주화 법안 본회의 통과와 연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식품업계는 또한 이번 사태로 카피캣(모방)효과가 생겨 업계 전반에 연쇄적으로 유사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식품업종은 기본적으로 시장을 독과점하고 전속 대리점망을 보유한 기업이 많아 제2의 남양유업 사태가 언제든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자 식품업계는 윤리경영 실태를 집중 점검하는 등 내부 단속을 강하게 벌이고 있다. 이건영 빙그레 대표는 최근 사내에 “협력업체와 대리점에 불공정거래 행위를 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하겠다”고 공지한 바 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