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7일 오전 예정에 없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전날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통과시킨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을 서둘러 통과시켰다. 당초 여야 원내 지도부는 재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 법안을 6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키로 방침을 정했다가 이날 중 국회 본회의에서 2013년도 추가경정예산안과 함께 처리하는 것으로 돌연 방향을 틀면서 사실상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여야가 법안의 숙성기간도 갖지 않은 채 논란 법안 처리를 너무 서두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법사위 여야 간사인 권성동·이춘석 의원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박영선 법사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 등 5개 안건을 상정해 이날 중 본회의에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간사는 “전날 법안심사소위에서 심도있게 논의해 수정안을 마련한 만큼 6월 임시국회로 넘길 게 아니라 4월 국회에서 처리해도 문제가 없다고 합의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전날까지 새누리당 내에선 이 법안을 정무위원회에서 처리된 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안(프랜차이즈법안) 등 경제민주화 법안들과 묶어 6월 임시국회에서 다뤄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법사위 간사인 권 의원의 경우 이날 아침까지 휴대전화를 꺼놓고 법사위를 열자는 박 위원장 등의 요구를 거부하는 등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여야에 따르면 여야 원내 지도부는 별도 협의를 통해 협상이 정체된 추경안을 7일 통과시키기 위해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 등 관심 법안들도 함께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합의를 도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했던 새누리당 법사위원들은 이날 오전에야 이한구 원내대표와의 교감을 거쳐 법사위 전체회의 개최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야는 프랜차이즈법안,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사실상 폐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국세청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정금융거래정보보고·이용법 개정안(일명 FIU법) 등에 대해 이날 법사위 상정 여부를 둘러싸고 막판까지 논란을 벌이고 있다고 복수의 관계자들이 전했다.

김만용·현일훈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