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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어떻게 과학을 움직이는가 / 폴라 스테판 지음, 인윤희 옮김 /글항아리

과학정책 담당자가 꼭 읽어야 할 책이다. 과학자들이 연구 과제를 어떻게 선정하고, 추진하며, 결과물을 내놓아 사회에 기여하는가를 ‘경제학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학자를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돈과 명성’이라고 답한다. 뭐라고? 순수한 과학자를 움직이는 것이 치열한 탐구 정신이 아니라 돈과 명성이라고? 세계적으로 저명한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의 말을 인용하자면, “과학자들은 누구나 그렇듯 지위, 부, 권력을 원한다.” 한 저명한 하버드대 과학자는 ‘과학적인 영감의 원천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돈과 아첨”이라고 답했다. 물론 ‘수수께끼’에 대한 흥미와 사람들의 인정이 과학자들에게 연구 동기로 작용한다. 하지만 수수께끼 풀기와 사람들의 인정이 전부는 아니다. 부(富)도 빼놓을 수 없는 동기 중 하나다.

이 책은 의·과학계에서 벌어지는 연구 활동을 과학자들의 일상과 결부시켜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연봉, 특허 인센티브, 초기 연구비 및 설비와 기자재 비용, 정부와 기업의 연구 지원금, 과학자와 공학자들을 위한 취업시장 등 그들이 처한 경제 현실이 매우 구체적으로 다뤄진다. 아울러 향후 고쳐나가야 할 과학계의 문제점과 그 대안까지 저자는 제시하고 있다.

미국 과학계를 집중적으로 조사해온 저자는 과학자들이 연구를 수행하는 데 신경 써야 하는 가장 주요 사항으로 비용과 인센티브를 꼽는다. “비용은 연구원들이 수컷 쥐로 실험할지 암컷 쥐로 실험할지를 결정한다”는 것(암컷 쥐가 더 비싸다). 나아가 “실험실의 책임 연구진을 박사후연구원으로 할지 대학원생들로 꾸릴지를 결정”하며 “교수들이 정규 직원보다 대학원생이나, 박사후연구원, 실무 연구원 등 ‘임시직’ 스태프를 더 선호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또한 과학자와 공학자는 인센티브에 기민하게 반응한다. 이들은 논문을 게재할 학술지를 결정할 때도 받을 수 있는 보너스나 다른 금전적 보상을 고려한다. 금전적 수익을 위해 창업에 나서기도 한다. 과학 분야의 연봉은 과학 및 공학에 종사할 대학원생 수를 결정하는 주 요소다.

물론 과학자에게 금전적인 인센티브가 전부는 아니다. 금전 이외의 인센티브도 중요하다. 바로 ‘명성’이다. 과학자들에게 명성이 쌓이는 순간은 연구 결과를 ‘최초로’ 발표할 때다.

이른바 ‘발견의 우선권 확보’에 과학자들은 애착을 갖는다. 우선권을 부여해 공로를 인정하는 방식 중 대표적인 것은 발견의 결과물에 과학자의 이름을 붙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리히터 지진계는 1935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베노 구텐베르크와 함께 지진계를 고안한 찰스 리히터의 이름을 차용한 것이다.

현재 한국 과학계는 ‘박사 위에 주사’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관료주의가 만연한 상태다. 과학자들은 연구과제와 그에 따르는 연구비를 따기 위해 정부 부처를 전전하고 있다. 당연히 연구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신진 연구자들을 배출하기 위해선 그들을 생존선상에 허덕이게 만드는 소득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그 단초를 찾아볼 수 있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