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골프대회를 취재하고 왔습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룰 위반으로 2벌타를 받고도 실격되지 않은 ‘반쪽 룰’ 적용으로 미국 언론들이 형평성을 잃었다고 연일 비판하고 있습니다. 우즈를 향해 이처럼 거센 비난을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우즈와 같은 세계 최고의 프로조차도 순간의 착각으로 룰을 어기는 경우는 종종 볼 수 있는 일입니다. 그 만큼 룰을 완벽히 외우면서 실천하기가 어려운가 봅니다.

마스터스 마지막날 경기를 마친 뒤 최경주 프로가 한국기자들을 초청해 오거스타 시내의 한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최 프로도 이번 우즈에 대한 룰 적용에 대해 한마디 하더군요. “애초에 우즈에게 벌타를 안 줘도 됐을 상황”이라면서도 “벌타를 줄 거면 실격을 시켰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 측의 결정이 ‘어정쩡했다’고 말하더군요.

기자가 최 프로에게 룰 위반 경험을 물었더니 “물론 딱 한 번 있었다”고 말하더군요. 한국에서 무명시절이던 1994년 충북 청주시 청주골프장에서 열린 파맥스오픈골프대회 때였답니다. 1라운드 때(몇 번 홀인지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음) 두 번째 친 샷에서 공이 그린 앞 둔덕을 맞고 물로 빠졌습니다. 해저드 주변에는 노란색 말뚝이 있었는데 마커이던 K선배를 비롯한 동반자들이 빠진 지점에서 두 클럽 이내로 드롭하고 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뒤팀에서 이를 보던 C선배가 경기후 자신에게 다가와 “왜 거기서 드롭했느냐”고 물었습니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상태였죠. 그는 경기위원회에 가서 저간의 상황을 설명했고, 경기위원과 현장 조사를 했습니다. 노란 말뚝이어서 공이 물에 빠진 지점이 아니라 50야드 정도 뒤에서 쳐야 맞다고 했습니다. 그는 결국 우즈처럼 ‘오소(誤所) 플레이’로 2벌타를 받았습니다. 2위로 마친 그였지만 벌타를 적지 않고 스코어카드를 제출해 실격됐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때 룰 위반으로 실격된 게 ‘타산지석’이 됐다고 합니다. 그는 이 사건 이후 지금까지 룰 관련 사고가 한번도 없는 ‘모범 프로’가 됐습니다.

그는 “이때 경험으로 애매하면 무조건 경기위원을 불러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는 이번 마스터스 4라운드 15번홀에서 친 두 번째 샷이 갤러리 쪽으로 갔습니다. 그 자리에서 그냥 치면 됐지만 그는 번거로움을 마다 않고 경기위원을 불러 확인한 다음 샷을 했습니다.

주말 골퍼들에겐 ‘PGA 룰’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주말골퍼라 해도 골프백 속에 ‘룰북’ 한 권쯤은 넣고 다니면 어떨까요? 그러면 동반자들과 적어도 룰로 인해 얼굴을 붉히는 일도 없어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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