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천영우(사진)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11일 “지금 맥락에서 남북 간 대화 제의를 북한이 ‘남측이 협박에 고개 숙이고 나오는구나’하고 오해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천 전 수석은 개성공단을 가리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자산이라기보다는 부담”이라면서 북한이 개성공단 운영을 잠정 중단한 만큼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문을 닫는 것이 상책”이라는 입장도 표했다.

천 전 수석은 이날 오후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한국여기자협회 ‘이슈포럼’ 강연에서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원론적으로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북한 관점에서는 협박하니까 남측이 강한 원칙을 표명하다가 결국 대화하러 나오는구나 오해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11일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 정상화는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사실상 대화를 제의한 데 대한 우려다. 천 전 수석은 “남측이 특사를 보낸다, 대화하자 이런 이야기를 하면 북한은 협박이 효과가 있구나 하는 인식을 갖게 되면서 앞으로 남북관계 관리가 힘들어진다”며 “앞으로도 계속 개입해서 북한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올 텐데 그때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개성공단을 ‘전략적 부담’으로 규정, 남측 근로자 철수를 통해 사실상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전 수석은 “남북경협 창구로 중요하지만 우리 국민 수백 명의 생명·안전,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우리 행동을 결정적으로 제약하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자충수를 둘 때 개성공단 철수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도 개성공단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물론 천 전 수석은 현행보다 더 강력한 대북제재를 주장하면서도 “제재는 외교 프로세스를 추동할 수 있는 방법으로, 북한과 한 번 더 만나서 심각하게 이야기해 봐야 한다”면서 외교적 해법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는 “북한 비핵화를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는 점에서 북한 의사를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이후 북한 비핵화냐, 아니면 레짐 체인지(정권교체)냐 양자택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 전 수석은 현재 남북 간 ‘강 대 강’ 대치 국면에 대해서는 오는 15일 전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피날레’가 될 것으로 예측하면서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로 이어질 텐데 그때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변수”라고 전망했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