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또 다시 입과 발을 맞추는 양상이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핵·미사일 실험 등 북한 도발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무조건 ‘대화’와 ‘평화’를 외치는, 때로는 북한 정권보다 한국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고질(痼疾)이 도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북한의 남남갈등 조장 책동에 호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민주당은 9일 5개항의 남북관계 정상화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북(對北) 특사 파견과 남북 당국 대화를 통한 군사적 긴장 해소를 요구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 박기춘 원내대표 등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나 박지원 의원 등 구체적 인물까지 거론했다. 통합진보당은 한 걸음 더 나갔다. 같은 날 이정희 대표 등이 특사 파견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전쟁연습 중단’ ‘내정간섭 중단’ ‘김관진 퇴진’ 등 한·미 연합훈련 반대 및 반미(反美) 구호도 등장했다. 북한은 유임된 김관진 국방장관을 ‘첫 번째 벌초 대상’이라며 ‘제거’를 공언하고 있다. 또 한·미 방어 훈련을 ‘북침 연습’이라면서 “반미 항전에 떨쳐 나서라”는 격문을 여러 단체들에 팩스로 보내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은 북한에 대해서도 ‘정세를 악화시키는 모든 행위의 즉각 중단’을 적시하기는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대해서는 조건없는 남북 대화를 통해 군사적 긴장 해소와 남북 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기존 도발에 대한 책임 규명과 응징은 뒷전이다. 양비론적 입장으로 비친다. 제1 야당의 이런 어정쩡한 태도야말로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남남갈등을 증폭시키게 된다. 노무현 정부 때 외교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전 의원조차 특사를 보낼 때가 아니라고 했다.

북한의 도발과 위협이 이어지는 상황에서의 특사 요구는 대화를 구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의 실체에 대한 국민적 각성이 높아지면서 종북(從北)세력이 위축되고, 남남갈등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종북세력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으로 인식돼온 통합진보당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민주당의 모습은 공당(公黨)의 자세가 아니다. 지난해 총·대선의 결정적 패인이 통합진보당과의 선거·정책연대였다. 민주당은 북한 전략에 말려들지 않도록 입장을 재정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