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4월 27일 암투병 중이던 김모(당시 44세) 씨는 대학병원에서 암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암에 걸린 사람은 자신이지만 멀쩡한 친구 김모(당시 44세) 씨의 이름으로 암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김 씨가 친구 김 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으로 진료 접수를 하고 아픈 자신의 몸으로 조직 검사 등 진료를 받은 후 친구의 이름으로 암 진단서를 발급받는 데는 채 3일이 걸리지 않았다. 의사도 원무과 직원도 김 씨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김 씨가 친구의 이름으로 암 진단서를 발급받게 된 것은 암에 걸렸지만 미리 가입해둔 암보험이 없는 데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리저리 궁리하던 김 씨는 암보험을 2개나 들어뒀다고 자랑하던 초등학교 동창 친구 김 씨가 떠올랐다.

김 씨는 친구 김 씨가 암에 걸린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타먹기로 공모했다. 관광버스 운전기사였던 친구 김 씨는 전과 7범에다 이미 한 차례의 보험사기 전과가 있는 보험 사기 전문가였다.

두 친구는 병원들이 인적사항 등을 자세히 확인하지 않고 진단서를 발급해 준다는 허점을 노렸다. 범행 모의를 끝낸 후 둘은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몸이 아픈 김 씨는 친구 명의로 병원진단서를 발급받았다. 친구 김 씨는 부정 발급된 진단서를 가지고 보험사 2곳에 가 암 보험금을 청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 손에는 3500만 원의 거액이 쥐어졌다. 이렇게 가로챈 돈은 몸이 아픈 김 씨가 1000만 원을, 친구 김 씨가 2500만 원을 각각 나눠 가졌다. 몸이 아픈 김 씨는 그 후로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08년 2월 10일 위암을 이기지 못하고 사망했다.

친구 김 씨는 아픈 친구를 이용해 타먹은 2500만 원을 도박과 술로 탕진했다. 친구 김 씨는 몸이 아팠던 김 씨가 사망하자 자신만 조심하면 영원히 범행을 들키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들의 사기 행각은 암암리에 소문이 났고 이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공소시효 7년이 얼마 남지 않은 2일 김 씨를 검거했다. 5일 서울 마포경찰서는 친구 김 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