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전쟁 위협으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이번 상황은 악화될 필요가 없는 사안’이라며 북한에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미국이 ‘강(强)대 강(强)’ 구도로 치닫고 있는 현재의 대결 국면을 완화시키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한반도 상황을 속보 형식의 긴급뉴스로 전하면서 북한의 핵전쟁 위협이 일촉즉발의 위기로 흘러가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에서는 선제타격, 대북특사 파견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4일 빅토리아 뉼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F-22 스텔스 전투기 파견 등 미국의 조치가 한반도 긴장고조에 일조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우리의 조치는 미국과 동맹국들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며 “조치를 강화한 것은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의무를 준수하고 돌아온다면 미국은 방향을 변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뉼런드 대변인은 “이번 상황은 악화될 필요가 없는 사안으로 미국은 상황을 진정시킬 것(will begin to cool things down)”이라고 말했다.

이날 뉼런드의 언급에 대해 일각에서는 당분간 미국이 북한의 수사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군사적 억지력과 방어태세를 유지하면서 물리적 도발이 아닐 경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지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 DC의 한 외교소식통은 “한국의 방위에 대한 미국의 기본 입장은 변한 것이 없으며 갈수록 고조되는 상황을 일단 진정시키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NN은 이날 오후 ‘시츄에이션룸(상황룸)’을 마련하고 속보형식으로 한반도 상황을 긴급뉴스로 전했다. CNN은 “북한은 세계에서 4번째 군사강국으로 전쟁 발발 시 한반도는 커다란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은 미국에도 위기를 안겨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북한의 인터넷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가 제작한 불타는 백악관 동영상물과 북한의 미사일과 탱크 군사장비 사열 영상물 등을 반복해서 내보냈다. ABC와 워싱턴포스트도 한반도 상황을 주요뉴스로 보도했다.

북한의 핵전쟁 위협 대응방안으로 미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제임스 인호프(오클라호마) 의원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언제 미국에 핵 공격을 가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당장 선제타격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의회전문매체인 더 힐에 따르면 인호프 의원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악하고 말이 통하지 않는 정신 나간 인물”이라고 언급했다. 빌 리처드슨 전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는 4일 “상황을 냉각시키기 위해서 외교가 필요하고, 일종의 특사 파견 방법 등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CNN에 밝혔다. 커트 캠벨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이날 워싱턴 DC의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열린 ‘아시아 개발·안보 세미나’에서 “상황관리 측면에서 미국, 한국, 일본은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최근 상황은 한도를 넘어서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