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차 징크스’란 말이 있습니다. 골프채 잡은 지 2년 정도 된 주말골퍼라면 ‘초보’티를 벗었다해도 드라이버로 친 티 샷이 ‘왕 슬라이스’에서 벗어나 ‘훅’이 나기도 합니다. 스윙 메커니즘을 조금 깨우치니 스트롱 그립으로 바뀌고, 슬라이스를 의식해 방향도 약간 왼쪽으로 틀다 보면 구질이 업그레이드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스코어는 정반대로 갈 때가 많습니다. 골프를 알기에 힘도 들어가고, 해저드나 벙커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넘거나 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찬 결과겠지요. 하지만 기량의 한계를 넘지 못해 트리플보기의 ‘참사’가 이어집니다.

프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데뷔 초년시절엔 목표가 컷 통과로 상금을 따내는 소박한 꿈을 좇습니다. 그러다 운이 따르면 덜컥 우승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2년차가 되면 대회 분위기도 파악됐겠다, 코스도 돌아봤겠다, 두려움이 사라지고 자신감이 넘칩니다. 코스 공략도 무척 공격적입니다. 하지만 주말골퍼들처럼 신인 때보다 오히려 퇴보합니다. 만만하니 두려움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2년차가 된 한국(계)선수들이 있습니다. 노승열, 배상문, 재미교포 존 허 등 입니다. 존 허는 지난해 데뷔 세 번째 대회인 마야코바클래식에서 덜컥 우승하며 신인상까지 거머쥔 최고의 루키였습니다. 배상문은 지난해 3월 여덟 번째 대회인 트랜지션스챔피언십에서 우승기회를 잡았지만 연장전에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후유증이 컸던지 배상문은 남은 시즌 17개 대회에서 톱10 한번 들지 못했습니다. 노승열은 웰스파고챔피언십 등 세 차례 톱10에 들며 신인치고는 안정적인 기량을 보이며 페덱스컵 포인트 랭킹 40위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올해 이들 2년차 3인방은 약속이나 한듯 동반 부진에 빠져 있습니다. 지난 한 시즌 코스 등을 경험해 좋은 성적이 기대됐지만 성적은 오히려 뒷걸음질친 것입니다. 존 허는 10개 대회중 절반을 컷 탈락했고 톱10 한번 들지 못했으며, 노승열 역시 8개 대회중 최근 4개 대회 연속 컷오프로 부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배상문이 톱10에 한번 들었을 뿐 기대에 못미치고 있습니다.

2년차 과정은 주말 골퍼에게나 프로에게나 ‘진정한 선수’가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입니다. 2년차 프로들은 이 고비를 어떻게 넘느냐에 따라 시드를 받기 위해 다시 퀄리파잉스쿨로 가거나, 풀시드를 받아 톱랭커로 발돋움할 기회를 잡는 중요한 시기가 됩니다. 주말골퍼들은 만년 ‘100돌이’가 되기도 하고, ‘왕 싱글’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타이거 우즈는 1996년 데뷔 첫해 2승을 따냈지만 2년차 때 시즌 4승을 올리며 당당히 ‘골프 황제’에 올랐습니다. 국내 그린도 봄 시즌을 맞았습니다. 누구나 우즈처럼 될 수는 없지만 욕심보다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적어도 2년차 징크스는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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