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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현/연세대 상경대 교수·경제학

정부가 3월 28일 경제성장률을 기존 3.0%에서 2.3%로 대폭 하향조정하면서 올해 우리 경제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취업자 증가수와 경상수지도 하향 조정해 발표했다. 암울한 경제 전망을 바라보는 국민의 표정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타개할 뾰족한 정책 수단을 당국이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더욱 심각한 문제다.

글로벌 경제 상황 및 대외 여건들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우선, 수출 라이벌인 일본 정부는 ‘아베노믹스’를 동원해 10% 이상 엔화 약세를 유도했다. 이는 우리와 수출 품목이 비슷한 일본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한국 경제에 크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우리의 주 수출시장 중 하나인 유럽은 키프로스 사태로 다시 대두된 재정위기라는 지긋지긋한 유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미국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 건 불행 중 다행이다.

이에 새 정부는 어려운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100일 작전’에 돌입하기로 했다. 4월에는 부동산시장 대책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投資) 확대 방안, 5월에는 일자리 로드맵, 그리고 6월에는 창조경제를 위한 창업·벤처 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필요 시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빠르고’ ‘강한’ 재정정책을 실시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위 방안은 경기침체의 근본 원인에 대한 깊은 고찰이 부족한 것 같다. 시행 방침들은 크게 새로운 것이 없으며 다소 추상적이다. 또한 우리 경제에 대한 중장기적인 목표와 성장잠재력 확충에 대한 혜안을 찾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심각한 재정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며, 추경 예산을 관철시키기 위해 정부가 ‘한국판 재정절벽’까지 언급하는 것이라는 비판적 의견도 있다.

현재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을 살펴보면 크게 네 가지다. 내수침체와 고용둔화 등 내부적 요인과 수출침체, 북핵(北核) 리스크, 엔저 정책과 미국의 양적완화 같은 외부적 요인이다. 외부 요인에 대한 대책 수립이 어렵다면 우선 내부 요인에 대한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 현 상황에선 경기회복을 위해 생산과 고용의 증가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선 기업투자 활성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 대선 이후 ‘경제 민주화’ 바람을 통해 반(反)시장, 반기업 정서가 만연해 있고, 대·중소기업 상생 등 대기업 규제정책으로 대기업들의 투자의욕이 꺾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회복의 대안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창조경제’다. 창조경제란 다양한 산업과 융·복합한 창조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 발전, 창의적 인적자본과 기술 혁신을 통해 지속성장을 가능하게 하여 경제성장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는 다소 추상적이고, 효과가 발현되기까지의 시간이 필요하므로 당장의 경기회복이 절실한 현재 상황에 적합하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발전 방향은 어느 정도 경제가 회복된 뒤에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민간기업의 투자 활성화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근본으로 돌아가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 지출을 늘리는 것보다 민간기업의 투자를 장려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그러나 현재 대기업들은 새 정부가 추진할 대기업 규제 강도를 짐작하지 못해 올해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대기업들의 투자를 옥죄는 각종 규제를 줄이지 않고서는 우리 경제가 성장하기 어렵다. 기업의 투자의욕 고취, 기업가정신 회복을 위한 다양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투자가 증가해야 고용 및 생산이 증가하며, 이것이 내수 촉진을 통한 경기회복 선순환의 핵심임을 정부는 주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