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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A(32) 씨는 지난 2월 한 인터넷 쇼핑몰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이미 자신의 신상정보를 이용해 해당 사이트에 가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A 씨는 즉시 관련 기관에 자신의 주민등록번호 도용 여부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고, 해당 기관으로부터 주민번호가 도용당했으니 경찰에 신고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은둔형 외톨이인 김모(37) 씨는 지난 2010년 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인터넷 검색사이트 구글을 통해 100여 개 인터넷사이트에서 주민번호, 연락처 등 884만여 건의 개인정보를 빼낸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김 씨는 전문 해커도 아니고 정보통신 분야 경력도 없었지만 개인정보 수집은 어렵지 않았다. 검색창에 ‘회원정보’ ‘회원명단’ 등을 입력하면 관련 인터넷 페이지가 손쉽게 검색됐고, 이후 해당 사이트를 찾아 관련 자료를 내려받기만 하면 됐기 때문이다. 해킹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이트 관리자들은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개인 신상정보가 무분별하게 유통되면서 주민번호 도용 등 개인 신상정보를 활용한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8년 한 해 동안 1821명에 그쳤던 주민등록법 위반 관련 사범은 지난해 3503명으로 4년 새 2배 가량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민등록법 위반 사범은 2009년 2209명, 2010년 2227명, 2011년 2924명 등 매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접수된 개인정보 침해 관련 상담건수 16만6801건 가운데 주민번호 등의 훼손·침해·도용 관련 상담건수는 13만9724건으로 83.8%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뿐만 아니라 갈수록 개인정보 유출이 심각해지면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3년 동안 인터넷에서 사용된 주민번호 이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주민번호 클린센터 누적 이용자도 500만 명을 넘어섰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에는 인터넷 및 정보통신 기술 발달로 전문 해커뿐 아니라 일반 회사원이나 청소년들까지 어렵지 않게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빼낼 수 있게 됐다”며 “개인정보 유출은 대포통장이나 대포폰, 보이스피싱 범죄 등에 활용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