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 태평양사령부 관할 군기지를 대량파괴무기(WMD)로 초토화하고, 25만 발의 장사정포를 순식간에 퍼부어 3일 만에 한반도를 완전 점령하겠다는 전쟁 시나리오를 공개하며 연일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경제·금융 제재와 국제사회의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것에 따른 위기감에서 비롯된 북한의 이 같은 군사적 위협으로 미국에서는 한반도 긴장 고조의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미 연합군의 군사적 방어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북한의 전쟁 시나리오는 ‘대내 결속을 꾀하기 위한 공공연한 대외 협박’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2일 북한의 대남 선전·선동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3일 만에 끝날 단기 속결전’이라는 동영상을 통해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를 전하면서 대남 선전 선동에 나섰다. 동영상에서 북한은 첫째 날에 불시선제타격으로 휴전선 4개 전방군단에서 장사정포 25만 발을 30여 분 만에 발사하고, 지대지 단거리 미사일 1000기를 쏴서 한국을 초토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동시에 북한은 미국 태평양사령부의 괌과 일본 내 군사기지를 향해 WMD를 발사해 군사력을 제압하겠다고 협박했다.

둘째 날에는 인민군 부대가 총진격해 시가전을 벌이고 한국의 대도시마다 특수부대를 공중 투입해 한반도 전역을 점령하고, 마지막 셋째 날에는 전기, 식수, 연료, 통신망 마비로 혼란상태에 빠진 한국의 안정화 작전에 들어가겠다고 엄포를 늘어놓았다.

이에 대해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전쟁 시나리오는 월등한 한·미 연합군의 군사력을 고려하지 않은 선전·선동용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공군 전력에서 한·미 연합군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만큼 현실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DC의 외교 소식통은 “국제사회의 강경한 대북제재 상황을 대화와 협상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군사적 위협으로 한반도 긴장 상황은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군사전문지인 성조지는 21일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한국의 고민’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서울은 전쟁의 참상을 딛고 눈부신 ‘경제의 보석’으로 떠올랐지만 북한의 미사일 사정거리에 놓여 있어 사실상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아 군사적 대치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NBC는 “매번 군사적 위협을 되풀이했던 북한은 최근 수위를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이고 있는데 3차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한 반응”이라고 보도했다. 폭스 뉴스도 이날 “유엔 안보리의 추가적인 대북제재 결의 이후 북한은 더욱 격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