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그림 동화 심리 읽기 / 오이겐 드레버만 지음, 김태희 옮김 / 교양인

19세기 독일의 그림(Grimm) 형제가 옛이야기들을 수집해 엮은 ‘그림 동화’를 심층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저자는 그림 동화에서 우리의 삶과 성격을 결정짓는 정신의 원형적 체험을 발견한다.

환영받지 못한 아이로 굴욕의 잿더미 속에 살면서도 결코 긍지를 잃지 않는 재투성이(신데렐라), 나르시시스트 아버지로 인해 가시울타리에 갇혀 스스로 성장을 멈춘 가시장미 공주, 어머니를 마녀로 바꾼 라푼첼의 가족 로맨스, 자식의 삶을 조종하려는 아버지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엘제까지 그림 동화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상징적 의미를 띠고 있다. 즉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부정적 감정의 감옥에서 벗어나 절망에서 자유로 도약하는 여자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불안과 금기, 구원의 상징으로 가득한 그림 동화야말로 인간의 근원적인 심리 문제에 대한 경이로운 성찰의 기록임을 보여준다. 저자는 “삶은 깨어진 꿈, 실패한 관계, 상실한 기대와 늘 다시 나타나는 불행으로 가득 차 있다”며 “그렇지만 이 때문에라도 우리 어른들에게는 반드시 동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