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사진=뉴시스

배우 김강우(35)는 요즘 사흘이 멀다하고 극장에 간다. 자신이 주연을 맡은 ‘사이코메트리’를 보러온 관객들과 만나 일일이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손이나 사물이 닿으면 그 사람의 과거가 보이는 능력인 ‘사이코메트리’를 소재로 한 영화이다보니 홍보의 일환으로 시작된 일이지만 김강우는 관객들을 만나는게 즐겁기만 하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강우는 “내가 국회의원도 아닌데 요즘 악수를 엄청나게 하고 있다”며 “좋은 기를 받는 것 같아 약간 들뜨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영화 ‘돈의 맛’의 주연으로 인터뷰를 했을 때만 해도 그는 지금과는 달리 매사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1년 사이에 그에게 무슨 변화가 생긴 걸까.

“‘돈의 맛’과 장르적으로 완전히 상반된 것을 하고 싶었어요. 작품 안에서 한판 신나게 놀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그때 ‘사이코메트리’를 만났는데 ‘이거다’싶었죠. 디렉션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연기하고 의견도 많이 제시했죠. 감사하게도 권호영 감독님이 그걸 다 받아주셨고요.”

그가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은 자신이 맡은 춘동 캐릭터. 시나리오상 춘동은 40대 즈음의 형사, 딱 ‘강철중’이었다.

“형사 캐릭터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에요. 잘해야 본전이죠. 춘동에게 입혀진 마초·꼴통 기질은 벗겨내고 제 나이에 어울리는 현실감 있는 캐릭터로 만들어야겠더라고요. 형사지만 다른 직업도 기웃거리고 정의감은 물론 자신의 일에 프라이드조차 없는 인물로요. ”

그는 이 영화의 성패는 리얼리티에 달려 있다고 판단했다. 사이코메트리라는 소재 자체가 비현실적이기 때문이었다. 춘동은 물론이고 김범이 연기한 준이 모두 현실에 발을 붙인 인물이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이코메트리 능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데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건 오로지 제가 리액션하는 것을 통해서죠. 저는 관객들이 미스터리한 존재에 대해 의문조차 가지지 않게 하고 싶었어요. 표정 하나만으로도 준이의 존재를 믿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

김강우와 김범의 앙상블은 빛났다. 얼핏 김강우가 준이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해 헌신한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사이코메트리를 부각시키는데는 둘의 화학작용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제가 돋보이는 건 이 영화에 독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관객들이 저주라고 느껴질 만큼 이상한 능력을 지닌 준이를 보면서 연민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최근엔 예능토크 프로그램 ‘힐링 캠프’에 출연해 자상한 남편, 건실한 가장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다. 많은 여성팬을 갖고 있는 훈남 배우인 그가 ‘아저씨’의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낸 것은 의아스러웠다. “부담없는 남자의 이미지로 선회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그는 깔깔대며 웃었다.

“에이, 벌써 그러면 안되죠. 솔직히 제 삶을 보여드리고 싶은 것 뿐이에요. 아직은 싱글과 유부남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도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영화에서도 아이한테 ‘오빠라 그래’란 대사를 넣었어요. 그런데 스태프들이 비웃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끝까지 ‘오빠’라고 우겼죠. 아저씨로 소비되면 멜로 영화하기 어려울 것 같아 아직은 훈남 라인은 유지하고 있어야할 것 같아요. 요즘 멜로 영화를 너무 하고 싶거든요. 허진호 감독님이 절 꼭 좀 불러주셨으면 좋겠어요.”

박미영 기자 my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