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형도 과장은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마다 양복 정장에 넥타이를 갖춰 입고 출근하는 평범한 회사원처럼 보인다. 지 과장의 회사 ‘신대륙금속’은 도심 빌딩 숲에 있는 번듯한 건물에 입주해 있지만, 이 회사는 사실 살인 청부 회사다. 일반 사무실과 조금도 다름없는 모양새이지만, 비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오는 ‘자료실’에는 온갖 총과 살인 무기가 가득하다. 지형도는 회사 대표에게 특별한 총애를 받는 능력 있는 회사원이다.

그러나 그의 이런 빈틈 없는 생활에 균열이 생긴다.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했던 스무 살 훈이를 죽여 현장의 흔적을 없애야 했지만, 형도는 훈이를 살려주고 훈이의 부탁으로 돈을 전해주러 엄마 미연을 만난다. 형도는 그녀가 어린 시절 흠모했던 스타 여가수임을 알게 되고 그녀에게 점점 끌린다.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 생긴 형도는 회사를 그만두려 하지만, 회사는 그를 쉽게 놔주지 않는다.

영화의 백미는 액션이다. 킬러 지형도를 연기한 소지섭은 이 영화를 위해 러시아의 특수 무술 ‘시스테마’를 수개월간 연마했다고 한다. 그 결과 긴 팔다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화려한 액션신을 선보일 수 있었다. 또 그가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다녀야 하는 설정이 독특하다. 이런 모순 때문에 단순한 공감대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는 평가다. 휴일에도 어쩔 수 없이 회사의 단체 등산에 참여해야 하고 낙하산이면서 못된 상사에게 괜한 구박을 받는 장면 등이 좋은 예다. 은퇴한 부장이 고독하게 읊조리는 “회사는 애증이다. 안에 있을 땐 벗어나고 싶지만 떠나면 다시 돌아가고 싶어진다”는 말도 공감을 자아낸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